[저자는 말한다]'환경 철학' 펴낸 박이문씨

“이제 환경문제는 ‘자연으로 돌아 가자’는 자연 회귀나 ‘자연을 사랑하자’는 자연 친화와 같은 소극적 방법으로는 안된다. 쓰레기 줄이기나 물자 절약과 같은 근시안적 해결로도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은 우주 생태계를 파괴하는 암세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존재다. 근본적인 생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평생 인문학 연구에 몸 바친 일흔이 넘은 노학자 박이문(朴異汶·72·사진) 전 포항공대 교수는 환경문제를 접근할 때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펴 낸 ‘환경 철학’(미다스북스)은 ‘환경’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키워드로 그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풀어 내고 있다. 온갖 환경담론이 난무하지만, 철학적으로 환경이 무엇인가 하는 데 대한 이론적 바탕을 제공하는 책이 많지 않아 나름대로 가이드북을 하나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에서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생화학자 모노가 이야기했듯, 인간은 다른 모든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우주에서 우연히 생겨난 산물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만이 다른 모든 존재들과는 달리 우연성을 초월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진 유일한 동물’로 진화하여 자신의 선택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유로운 주체로 존재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환경, 문명, 인류 그리고 지구상의 생명을 위기로부터 구할 수 있는 것은 식물도 동물도 신도 아닌 인류이다.”

그는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문명사적 위기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신 뿐이다.’라고 말한 하이데거의 믿음과는 달리 신조차도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신은 침묵만을 지키고 있으며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여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지침은 우주 어디에도 써 있지 않고, 들리지도 않으며, 보이지도 않는다. 인간은 방대한 우주안에서 고독하게 혼자 관찰하고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인간 자신을 포함한 우주전체의 운명, 인간과 동물의 삶과 죽음, 문명, 생태계, 자연 그리고 우주전체의 운명이 이제 인간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게 됐다.

노학자의 외침은 절박하다.

“환경, 생태계 훼손, 자연파괴, 문명의 위기, 인류의 멸종 가능성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인류가 살아 온 역사에는 인간의 어리석음의 흔적이 현명함의 흔적과 아울러 수 없이 많다. 환경 문제는 환상도 과장도 아니며 우리 자신의 생물학적 존속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과제는 오로지 인류에게만 주어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류는 자신의 막중한 책임에 대해서 한없는 무거움과 동시에 긍지를 느끼게 된다.”

그가 말하는 생각의 전환은 ‘오직 인간만이 우주와 자연의 중심에 있고 유일한 가치라는 인간 중심주의’를 버리고 생태중심적 세계관을 취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다름아닌, 인간이 자연의 소유자가 아니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다.

“이러한 세계관의 전환을 전제해야만 인간은 자연을 전복과 도구화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자신과의 공존자로서, 존중하고 평화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런 전환이 곧 인식론적 전환이며 이것이 곧 철학적 사유의 전환이다.”

일산에 살면서 대학 두 곳 강의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10여권의 책을 더 내고 싶다고 말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