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식 1시간 전인 6시반경부터 언론사 대형 전광판이 밀집된 광화문 네거리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정하게 손을 맞잡은 연인들, 캔맥주를 든 회사원들,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전광판을 쉽게 볼 수 있고 앉기에 편한 ‘명당’을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동아일보사 대형전광판이 한눈에 보이는 광화문빌딩 앞이 최고의 ‘명당’이었다. 특히 광화문 지하도 입구 계단과 광화문빌딩 입구 계단은 앉기 편할 뿐만 아니라 경기장 좌석과 같이 시야가 가리지 앉아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세네갈 전이 시작된 오후 8시반경에는 인파가 100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6일 한국-프랑스 평가전 당시에는 1만여명이 몰려 일부 차선을 ‘점령’하기도 했다.
▼세계적 명소로 자리잡아▼
이날 광화문 풍경은 ‘길거리 월드컵’이 시민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줬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없었으며 ‘붉은 악마’의 단체 응원도 없었지만 명승부를 즐기는 시민들의 열기가 넘쳐났다.
시민들은 멋진 플레이에 환호성을 터뜨렸다. 공이 아쉽게 골대를 스치면 “아휴∼”하면서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시민들은 프랑스 대표팀의 슈퍼스타 지네딘 지단이 부상으로 불참한 것에 아쉬워하면서도 ‘예술 축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네갈이 프랑스를 맞아 투혼을 불사를 때는 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광화문에는 한국 대표팀의 붉은색 상의를 입은 20, 30대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표팀 상의와 축구화를 ‘커플룩’으로 입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겨 눈길을 끌었다.
▼연인들 붉은색 커플룩▼
인근 광화문빌딩 교보빌딩 등지에서 근무를 마친 직장인들은 인근 편의점에서 구입한 음료수와 캔맥주를 들고 전광판을 지켜보며 양팀의 축구 전술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회사원 박상민씨(32)는 “비싼 입장권을 사 관람석에 앉더라도 갖가지 ‘규제’를 받아 불편한 경기장과는 달리 자유롭게 술과 음료수를 마시며 경기를 즐길 수 있어 좋다”면서 “집에서 나 홀로 경기를 보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호흡을 같이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한영애씨(24·여·서울 종로구 구기동)는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아니더라도 광화문에서 다른 축구팬들과 일심동체가 되어 월드컵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이벤트”라며 웃었다.
광화문 ‘길거리 월드컵’의 영향으로 인근 식당, 편의점 등 식음료업소들은 평소보다 매출이 크게 늘어나 ‘수혜주’가 됐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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