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제일제당은 삼성생명 주식 30만주를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 이를 유럽계 등 투자펀드에 넘기는 계약을 최근 맺었다.
주간사회사인 네덜란드계 투자은행 ABN암로는 올 3월말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가치를 평가한 뒤 EB의 발행조건을 만기 3년, 연 이자율 2.5%로 하되 3개월 뒤부터는 32만5000원에 삼성생명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투자자는 8월말 이후부터는 제일제당에서 주당 32만5000원에 삼성생명 주식 30만주를 살 수 있는 것.
삼성그룹은 99년 삼성자동차 매각 당시 삼성차의 부채를 탕감하는 조건으로 이건희(李健熙)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으로 평가해 채권단에 넘겼었다. 삼성생명은 99년에 비해 회사가치가 눈에 띄게 좋아진 상황이어서 당시 평가는 ‘거품’으로 풀이된다. 당시 삼성그룹은 채권단에 ‘주가가 70만원에 못 미칠 경우 이 회장 등의 자산으로 채권단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채권단 손실보전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당시 삼성생명 주식이 고평가된 것은 ‘상장으로 인한 자본이득은 100% 주주의 몫’이라고 가정했기 때문. 삼성차의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은 29만1000원으로 평가했다. 자본이득의 85%를 계약자 몫으로 가정한 금융연구원은 삼성생명 주식의 적정가치를 12만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99년 삼성생명 주식을 70만원으로 평가했던 삼성증권의 백운팀장은 “삼성생명의 주요 보유자산인 삼성전자 주식이 11만4000원에서 40만원대로 급등했고 순이익도 크게 는 만큼 순자산가치는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99년3월말 36조원에서 올 3월말엔 64조원으로, 자기자본도 이익증가에 따라 5894억원에서 5조354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