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중국의 축구 스타일은 꼭 그 나라 바둑을 닮았다. 한국이 거친 전투형이라면 일본은 미드필드를 중시하는 촘촘한 축구를 구사한다. 한국 축구는 용맹스럽지만 투박하다.한국의 ‘실전형 바둑’과 비슷하다. 일본 축구는 조직적이고 아기자기하다. 그러나 ‘한방’이 없다. 모양은 좋지만 잘 이기지 못하는 일본 바둑과 닮은꼴이다. 중국은 수비를 두텁게 하다가 한방에 길게 문전에 연결한다. 중간을 과감하게 건너뛴다. 한때 바둑에서 유행했던 호방한 ‘중공식 포석’같다.
‘한방’이 있는 한국엔 대형 공격수들이 많다. 황선홍 최용수 등이 바로 그렇다. 이것은 ‘골 넣는 선수가 최고’라는 한국 축구 풍토와도 무관하지 않다. 어릴 때부터 공 좀 찬다는 선수는 모두 공격수가 된다.
일본엔 좋은 미드필더들이 많다. 나카타 히데토시, 오노 신지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반짝인다. 일본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포지션도 바로 이 미드필더다. 대신 가장 인기 없는 포지션은 골키퍼라는 게 일본 축구 관계자의 귀띔이다.
중국엔 듬직한 수비수들이 눈에 띈다. 판즈이, 쑨지하이 등이 그 좋은 예다. 이들이 뒤에 버티고 서 있으면 꼭 장비 관우 같다.
한중일 3국의 스타가 모이면 바로 ‘아시아 드림팀’이 된다. 흔히 문화인들은 한국은 흙의 문화, 일본은 나무의 문화, 중국은 돌의 문화라고 말한다. 그렇다. 집을 한 채 지으려면 흙 나무 돌 모두가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사상 처음 한중일 3국이 어깨동무하고 나란히 참가한 이번 월드컵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왠지 허전하다. 그것은 북한이 빠져서다. AFP통신은 한 북한군 장교의 입을 빌려 “북한주민은 모두 한국을 응원할 것”이라고 전한다. 가슴이 뭉클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막식에 왔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김화성 스포츠레저부 차장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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