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들은 월드컵 개막전에서 아프리카의 신예 세네갈이 세계 최강 프랑스를 꺾은 데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1일 이같이 전했다. 중국만이 아니다. 중국과 함께 C조에 속해 3일 브라질과 맞붙는 터키도 흥분했다.
덴마크 언론들은 1일 자국팀이 우루과이를 2-1로 누르자 쾌조의 스타트를 보인 김에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같은 A조의 프랑스를 제치고 ‘대니시 돌풍’을 일으키라고 주문했다.
대형 TV 스크린이 설치된 코펜하겐 시청 앞은 이날 경기가 끝나자 흥분과 환호의 도가니였다. 덴마크 교민인 정보영씨(한-덴마크협회 임원)는 “덴마크 국민은 A조에 워낙 강호가 많아 16강에 들지 못할까봐 걱정해왔다”고 이같이 전했다.
AP통신은 “10년 전만 해도 브라질에 작은 점수 차로 져도 만족했을 터키가 지금은 브라질을 넘보고 있다”면서 “터키의 스트라이커 하칸 수크르는 ‘우리는 브라질은 물론 어떤 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서울발로 타전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축구 강국의 현지 언론들은 프랑스의 패배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선수들에게 바짝 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브라질의 유력 일간 오 글로보는 “예상 밖의 승패에 축구 강호들이 긴장하고 있다”면서 “터키와 첫 경기를 벌이는 브라질팀도 낭패를 겪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반면 약체 팀으로 분류되는 에콰도르와 파라과이에서는 자국팀들이 ‘이변’을 일으키길 기대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개막전에서 패하고 월드컵을 차지한 팀은 역사상 없었다”며 “세계 축구계의 서열이 뒤죽박죽 돼버렸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경화시보 역시 “우리도 제2의 세네갈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고 기대 어린 반응을 보였다. 베이징(北京)청년보는 “세네갈의 승리는 축구를 통한 ‘해방전쟁’이었다”면서 “세네갈이 1659년 프랑스의 식민지가 돼 400년 동안 착취를 당하고 모국어까지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번 승리로 진정한 해방을 일궈냈다”고 색다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세네갈인 수백명은 ‘구 식민모국’의 수도 파리 시내 19구 구트 도르 거리에서 자동차 지붕 위에 올라타거나 세네갈기를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아프리카 만세, 세네갈 만세’를 외쳤다.
한편 월드컵 경기는 수천년의 반목을 이어오고 있는 유대인과 아랍인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스라엘의 아부 고쉬에서는 마을 레스토랑에 대형 TV가 설치돼 두 민족이 나란히 월드컵 개막전을 시청했다. 처음엔 어색하게 따로 앉아 있던 이들은 세네갈의 결승골을 한 마음으로 환호하면서 얘기꽃을 피웠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