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반도체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 제조공정 A와 B가 있는데 그 장단점을 비교하고 이 중에서 어느 공정을 선택할지, 그 논리는 무엇인지 설명하시오.”
전자공학과를 나왔지만 대학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웨이퍼도 제대로 만져보지 못했던 김씨는 실무경험이 풍부한 회사 간부들 앞에서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신입사원 채용 시험을 강화하면서 업계와 대학에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이 회사는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맞는 창의적이고 ‘준비된’ 인재를 뽑는다는 취지로 신입사원의 면접을 강화했다. 작년까지는 서류전형과 인성적성검사 일반면접을 보았으나 새로운 입사시험에서는 면접을 기존 2단계에서 3단계로, 시간도 총 60분에서 160분으로 크게 늘렸다. 면접 방식도 집단면접뿐만 아니라, 4명의 면접관이 1명의 응시자에게 집중 질문을 하는 등으로 세분화했다.또 연구개발직, 영업·마케팅직, 경영지원직 등 업무 분야에 따라 평가요소를 다르게 하고 면접 주제도 현장의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하는 문제와 비슷한 케이스를 주고 해결하게 한다.
삼성전자의 입사시험 변경 후 대학가에는 모의시험문제지가 도는 등 새로운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삼성전자 인사담당 임원은 “디지털 컨버전스(융합)에 따라 기업은 점점 복합적 지식과 창의적 능력을 지닌 인재가 필요해지고 있다”면서 “대학도 특정 분야의 이론에 치우친 단답식 교육에서 벗어나 기업에 필요한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신입사원을 뽑으면 1년간 별도의 교육을 했으나 새 입사제도를 도입한 뒤 교육관련 비용과 시간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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