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新聞]芝生の價値を見直そう

  • 입력 2002년 6월 2일 23시 15분



▼잔디의 가치를 다시 보자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이 있다. 빠른 변화로 시대가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느낌을 나타내는 말이다.

J리그 경기나 월드컵 경기장을 볼 때마다 이 말이 떠오른다.

이유는 잔디 때문이다.

월드컵 경기장 중 하나인 고베(神戶) 윙스타디움의 잔디를 살펴봤다. 여름철용 잔디와 겨울철용 잔디가 똑같이 잘 자라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밟아 보면 탄력이 있다. 나도 모르게 달리고 싶어진다. 경기를 앞둔 요즘은 4명의 인부가 하루 걸러 한 번씩 잔디를 깎아 다듬고 있다.

J리그가 시작된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이 겨울철에 초록빛 천연 잔디 구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월드컵 경기장 10곳과 J1, J2리그의 본거지가 모두 천연 잔디 구장이다. 월드컵 캠프에 응모했던 84개 지방자치단체도 모두 최소한 2개의 천연 잔디 연습장을 갖고 있다.

이바라키(茨城)현 하사키마치에는 천연 잔디 그라운드가 70개나 있고, 고베시 등에서는 학교 운동장에 잔디를 심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진흙 범벅에 상처를 입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시대와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러면 월드컵이 끝난 뒤 이런 시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유지비만 잡아먹는 골칫덩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지역 스포츠의 거점으로 이용될 것인가.

천연 잔디가 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활약해 온 축구해설가 나가시마 아키히로는 말한다. “축구 경기만 할 필요는 없다. 어린이가 뛰어놀고, 일광욕도 할 수 있다. 다른 여러 가지 스포츠도 이곳에서 즐길 수 있다. 그런 장소로 활용하면 된다.”

말 그대로다. 마음과 몸의 건강을 기르는 장소로 잔디 구장을 이용하도록 하면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월드컵의 또 다른 가치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이시이 아키라 편집위원

정리〓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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