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벤 고란 에릭손 잉글랜드 감독이 발부상 중인 베컴을 굳이 선발로 출전시킨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베컴의 킥은 관중석에서 보기에도 각도가 엄청나게 커 보였고 자기편 선수 머리나 발 앞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마치 폭포수가 떨어지듯 각도가 큰 코너킥이나 프리킥은 상대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리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기다. 전반 24분 잉글랜드의 선제골도 베컴의 절묘한 킥이 원동력이 됐다. 베컴이 왼쪽 코너에서 올린 볼은 스웨덴 골문을 향해 활처럼 휘어져 들어갔는데 이때 스웨덴 골문을 향해 달려드는 잉글랜드 공격수는 볼을 정확히 볼 수 있지만 스웨덴 수비수들에게는 등뒤로 날아오는 볼이어서 스웨덴 수비가 방향을 잃고 당황하는 사이에 잉글랜드 솔 캠블이 헤딩으로 골을 터뜨렸다.
베컴의 환상적인 킥을 빼고 이날 경기는 기대한 만큼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가 펼쳐지지는 않았다. 잉글랜드와 스웨덴 모두 4-4-2 포메이션으로 맞대결했지만 잉글랜드가 중원에서 압박수비에 실패하면서 초반의 우세를 지키지 못했다.
압박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공격 1선과 2선의 간격을 좁혀서 중원에서 상대 공격을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하는데 잉글랜드는 후반 들어 1선과 2선의 폭을 좁게 유지하지 못했으며 2선에서 침투하는 스웨덴 공격수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또 왼쪽 날개인 에밀 헤스키 한명만을 이용하는 단조로운 공격으로 일관한데다 ‘총알탄 사나이’ 마이클 오언의 스피드를 살리는 패스를 할 만한 플레이메이커가 보이지 않았다. 반면 스웨덴은 잉글랜드의 집중마크를 받은 골잡이 헨리크 라르손이 조력자로 변신해 패스에 주력하고 토비아스 린데로트, 니클라스 알렉산데르손, 프레드리크 융베리, 망누스 스벤손 등 미드필더들이 최전방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등 활력을 보여줘 ‘죽음의 조’ 탈출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오이타트리니타 청소년팀 감독
canonshooter1990@hot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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