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市況분석-종목선정 동시에 ‘척척’

  • 입력 2002년 6월 3일 17시 55분


증권회사 리서치팀에는 ‘애널리스트’와 ‘스트래티지스트’가 있다. 이른바 증시 ‘일보(日報·데일리)’를 쓰는 사람들이다.

이 가운데 애널리스트는 재무제표와 기업분석도구를 이용해 특정 기업의 가치와 적정주가를 추정하고 장래 주가를 예측한다. 반면 스트래티지스트는 경제지표 해외지표 등을 바탕으로 시장 전체의 시황(市況)을 설명하거나 전망하는 전문가이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고전적인 영역 구분을 허물고 두 영역을 넘나드는 전문가군(群)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이른바 ‘종목 스트래티지스트’다. 종목 스트래티지스트는 두 영역을 결합해 ‘종목 선정을 위한 시황 분석’ ‘시황 분석을 바탕으로 한 종목투자전략’을 추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어떤 사람, 어떤 팀인가〓SK증권이 지난달 30일 발행한 일일보고서의 시황 제목은 ‘다크호스 한전’. 이 보고서는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는 거래소와 추락하는 코스닥의 시황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화제는 곧 한전이라는 종목으로 옮겨진다. 시장은 불안하지만 실적과 과거 주가그래프, 수급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전 및 유사 종목에 투자해볼 만하다는 것이 결론.

이 글을 쓴 현정환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종목이 녹아 있는 시황’을 목표로 일일보고서를 쓰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피키스트(pickist·고르는 사람)’라고 부른다.

유성엽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올 초부터 주간보고서의 ‘시황분석’을 통해 유사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동양증권은 지난해 10월 투자전략팀 안에 정일영 차장 등 업종별 애널리스트 출신 7명으로 종목전략파트를 구성했다. 정 차장 등은 일주일 혹은 한 달의 예상 시황을 기초로 투자종목을 찾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정 차장은 스스로를 ‘포트폴리오 스트래티지스트’라고 부른다.

삼성증권도 투자정보팀을 종목분석파트와 시황분석파트로 나누어 운영한다. 이강혁 과장 등 11명으로 구성된 종목 분석파트는 리서치팀에서 선별한 대형주의 단기 투자전략을 제시하거나 ‘이슈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시황에 따른 중장기 추천종목 보고서를 만든다.

종목 스트래티지스트는 아직 증시의 합의를 얻은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개인에서부터 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기 시작했다.

▽왜 종목스트래티지스트인가〓종목이 없는 시황은 공허하며, 시장이 없는 종목은 맹목적이다.

현 연구원은 “스트래티지스트가 아무리 시장을 잘 설명해도 어떤 종목을 왜 언제 매매해야 하는지를 언급하지 않으면 투자자에게는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들은 요즘처럼 주가가 계속 내리는데도 ‘종목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좋다’며 우물안 개구리처럼 답답한 주장만 되풀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종목스트래티지스트는 스트래티지스트가 주로 사용하는 기술적 분석(그래프 분석 등)과 애널리스트가 신봉하는 기본적 분석을 함께 사용한다. 특히 기술적 분석에서 신호가 나타난 종목을 분석해 예측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9·11 테러 이후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빨리 증시의 대세 상승 가능성을 주장했던 동양증권은 종목전략파트의 덕을 톡톡히 봤다.

당시 종목전략파트는 반도체 값이 기술적으로 반등할 시기라는 점에서 힌트를 얻고 삼성전자의 예상실적을 분석한 뒤 삼성전자가 이끄는 증시 상승을 예측했다.

현 연구원은 지난해 8월 비슷한 방법으로 건설주를 추천했는데 다음날 건설 업종 지수가 8%나 올랐다. 유 연구원은 3월에 개발한 논리대로 최근 금융주가 인기인 것이 자랑이다.

▽위험도 보람도 2배〓이들이 시장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예측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솔직함 덕분이다. 지금까지 주가 예측이 빗나가면 ‘기업분석은 정확했는데 시장 전체가 가라앉는 바람에’ ‘주요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아 시장흐름이 바뀌어서’ 등의 변명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종목 스트래티지스트는 시황 전체와 개별 기업을 연결시켜 설명하기 때문에 틀리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예측이 빗나갈 위험을 피하려고 모호한 말로 논지를 흐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투자자들이 증권사 리서치팀에 대해 가장 짜증내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 현 연구원은 “종목스트래티지스트는 이런 소비자 불만 때문에 생겨난 직군(職群)인 셈”이라고 말했다.

물론 두 가지를 모두 잘하기란 쉽지 않은 만큼 틀릴 위험은 2배로 늘어난다. 실제로 현 연구원이 추천한 한전은 계속 내림세다. 유 연구원은 지난달 ‘900대에서 매수할 수 있는 종목들’이라는 보고서를 썼는데 이것을 보고 투자한 사람은 상투를 잡고 손해 본 상황이다.

그러나 현 연구원은 “증시 전문가라면 자신의 판단에 대해 책임을 지고 종목에 대해 조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애널리스트와 스트래티지스트의 작품을 종합해 더 값나가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요리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애널리스트, 스트래티지스트, 종목스트래티지스트 비교
분류활동 영역주요분석방법
스트래티지스트증시지표 경제지표 해외지표 등으로 특정 시점의 시황을 설명하고 장세를 전망.기술적 분석
애널리스트기업의 재무제표와 이익추정치 등을 이용해 특정 기업의 가치와 적정주가 분석.기본적 분석
종목스트래티지스트‘종목선정을 위한 시황분석’ ‘시황분석을 바탕으로 한 종목투자전략’을 추구.기술적분석과기본적 분석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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