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칼럼/홍찬식 논설위원]이변, 그 짜릿한 감동

  • 입력 2002년 6월 3일 18시 31분


스포츠 경기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팀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매력이 있다. 언제나 예상한 대로 경기 결과가 나온다면 어느 누구도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축구의 세계에서 나라별로 전력의 차이는 크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들이 저마다 승리를 장담하고 있지만 전력 평가에서는 확연한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개막전이었던 프랑스 대(對) 세네갈 전에서 세계 정상급 실력의 프랑스가 패배함으로써 승부의 묘미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흔히 약팀이 강팀을 꺾는 것을 ‘이변’이라고 표현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변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기가 끝난 뒤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승리한 팀은 이길 만한 충분한 이유를 지니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월드컵 참가국들은 출전에 앞서 각자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한다. 나라마다 축구의 스타일과 컬러도 다르고 대회를 준비하는 훈련방법도 제각각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팀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것은 한국팀이 그 속에 포함되어 있어서만은 아니다. 세계 축구가 어떤 획일적인 흐름에 치우치지 않고 국가별로 다양성 속에서 함께 발전하는 모습이 보고 싶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상을 뒤엎는 경기 결과는 축구팬들에게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한 감동을 선사하기 마련이다. 고정 관념을 거부하는 승리…. 그 얼마나 아름답고 환상적인가. 월드컵은 4년마다 열리는 데다 상대방에 대한 전력 파악이 쉽지 않은 점 때문에 이변의 요소는 얼마든지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틀림없이 이변이 일어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진정한 축구팬이라면 자신이 속한 나라에 상관없이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열심히 싸우다가 혹시 아깝게 지더라도.

홍찬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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