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新聞]この空氣は平和すぎる

  • 입력 2002년 6월 4일 17시 53분



▼공기가 지나치게 평화스럽다

지난해 9월 1일 나는 독일 뮨헨의 올림픽 스타디움에 있었다. 월드컵 유럽예선인 독일 대 잉글랜드전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여름의 여운은 이미 사라졌고 기온은 10도를 밑돌고 있었다.

언론이 독일의 우세를 예상한 가운데 스탠드에는 8만명이 꽉 차 있었다. 그러나 독일은 1대 5로 대패했고, 그후 플레이 오프를 통해 겨우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그 독일을 1일 삿포로(札幌) 돔에서 취재했다. 마치 다른 스포츠를 보는 것 같았다.

8대 0의 큰 차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깬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뿐만이 아니다.

삿포로 돔의 천연잔디는 밖에서 길러서 돔으로 옮기도록 되어 있다. 잔디는 정말로 잘 자라 있었다. 공기조절도 완벽했다. 관계자들의 고생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달도 보이지 않는다. 갑작스런 비가 선수를 젖게 하는 경우도 없다.

공기가 지나치게 평화스럽다.

전쟁에까지 비교되는 월드컵이 내포하고 있어야 할 ‘흉포성’ 같은 것이 완전히 제거된 것이다. 훌리건 대책으로 시합개시 1시간반 전부터 맥주판매도 금지돼 있어 취한 사람조차 없다.

그게 뭐 나쁜가, 라는 말을 들을지 모르지만 물론 나쁠 것은 없다. 당연히 안전이 모든 것에 우선하고 선수도 관객도 쾌적하다.

그러나 축구라는 스포츠의 매력중 하나가 ‘야성(野性)의 해방’이라고 한다면, 역시 어딘가가 허전하다.

돔을 뒤덮는 ‘고-, 고-, 사우디’라는 따뜻한 응원을 들으며, 없는 것을 달라고 떼를 쓰는 삐딱한 사람은 한숨을 쉬었다. 니시무라 긴야 편집위원

정리〓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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