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서울 청계천 복원

  • 입력 2002년 6월 4일 18시 20분


▼교통 불편하겠지만 환경복원이 우선▼

청계천 복원문제는 한 마디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젠가는 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현재 대부분의 서울 주요 개천은 복개되어 있다. 그것은 작은 서울에 많은 인구가 밀집된 결과다.

개천을 오랫동안 복개한 상태로 방치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거기에는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고, 있다 하더라도 유해한 생물체만 존재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곳을 들여다보면 당장 뜯어내고 싶어지든지 아니면 절대 가까이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오염된 하천은 사람으로 치면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 혈관과 같은 것이다.

청계천 복원에는 교통문제와 막대한 예산, 그리고 쓰레기로 대변되는 환경문제가 대두된다. 하지만 월드컵 때 2부제를 하는 것처럼 우리는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 또한 예산은 청계고가도로 보수비용과 서울시 신청사 기금 등을 활용하면 가능하다. 건축 폐자재는 최대한 재활용하면 된다. 개천을 복원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연 상태로의 복원이 갖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진선 서울 관악구 봉천본동

▼물고기가 사는 도심… 시민에 여유 줄 것▼

청계천 도로는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개천을 콘크리트로 덮고 개천 따라 길게 다리를 놓아 겉보기에는 일반도로 가운데 고가도로가 지나는 시설물에 불과하다. 그러나 도로 밑으로는 도심에서 방류된 각종 오폐수 및 독극물이 모여들어 한강으로 유입되고 있다. 또 준공한 지 3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유지 보수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뿐만 아니라 당초의 순기능이 이제는 역기능으로 바뀌었다. 몇 년 만에 대보수를 할 때는 1, 2년씩 통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래도 교통소통에는 큰 혼란이 없었다.

민선 3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유력 후보가 제안한 청계천 복원을 두고 갑론을박이고 이에 시민들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한강 둔치에 나들이할 때나 유람선을 타고 한강을 둘러볼 때, 차를 몰고 동부간선도로를 지날 때, 중랑천변의 강태공들에게서 여유와 낭만을 느낄 때 잘 가꾼 자연은 인간을 보호해 준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청계천도 복원해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해서 물고기들이 살 수 있도록 하고 광교와 수표교를 원래대로 복구하면 삼일빌딩 앞에서 강태공과 새들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승남 서울 노원구 상계동

▼동대문시장 등 주변 상인들 생계 막막▼

현재의 청계천은 우리의 역사다. 1950년대 말 경제성장의 확장단계에서 시작되어 1970년 마무리된 청계천 복개공사는 한국 경제의 성장과 서울시 발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각종 생활하수의 유입에 따른 청계천 오염에 대비하고 경제발전에 따른 도로 사용량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복개공사와 고가도로 설치가 요청되었다.

이후 30, 40여년을 지내 오면서도 여전히 청계천 주변은 서울 경제에 중요한 구실을 담당해오고 있다. 청계천 주변이 재래상가로 도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에는 세운상가 대림상가 동대문시장 평화시장 방산시장 등 기존 상권에 대한 평가절하의 위험성이 엿보인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끝날 복원사업도 아니다. 그동안 서울시민은 온통 먼지와 혼란과 혼잡 속에서 살아야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주변 상권에서 생계를 확보하던 그 많은 시민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먹고살아야 하는가.

청계천 복원은 단순히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고가도로를 부수고 맑은 물이 흐르게 하는 쾌적함을 담보로 하기에는 너무도 엄청난 문제가 남아 있다. 더욱 생산적인 청계천 발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허현자 서울 도봉구 쌍문3동

▼육아 노인 교육 등 복지에 먼저 투자를▼

청계천 복원사업이 아무리 중요하고 시급할지라도 규모와 성격에 비추어 확고한 대비책 없이 섣불리 시작했다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혜택보다 문제점과 부작용이 더 많다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교통과 환경문제를 심각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처럼 우회도로 등의 대책없이 청계 고가도로와 복개도로를 철거하면 교통혼잡이 극심한 중구 종로구 동대문구 등의 교통 혼잡이 불 보듯 뻔하다. 동서구간 횡단시 차량 속도가 저하되고 청계고가도로 이용에 비해 막대한 혼잡비용이 든다. 또한 다량의 콘크리트와 개발 쓰레기가 나와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만약 매립이나 간척지에 쓴다면 또 하나의 환경파괴가 될 것이다.

예산의 우선 순위도 감안해야 한다. 더 시급한 육아 노인 교육 등 복지부문에 우선 투자해야 함에도 너무 어렵고 힘든 청계천 복원이 우선된다면 납득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시민들의 여론수렴과 공청회, 인터넷 투표 등을 통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장삼동 부산 사하구 신평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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