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보다 과거-가족 공격▼
지방선거를 연말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으로 삼아 전국을 누비는 여야 대선 후보들의 언행도 민망스럽지만, 더욱 부끄러운 것은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사이에서 난무하고 있는 흑색선전과 비방이다. 후보자들은 여와 야, 기성정치인과 신인의 구분 없이 상대방의 자질, 사생활, 과거 등에 대해 비방과 중상을 쏟아내고 있다. 진흙탕 싸움의 정도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선거무대에서 정책과 공약의 경쟁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직 근거 없는 공격과 시비가 뒤덮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정책보다는 후보자 개인의 과거, 심지어 가족들에 대한 공격을 위주로 한다는 점에 있다.
지역의 살림꾼들을 뽑는 축제가 되어야 할 지방선거가 이처럼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오염된 데에는 물론 후보자, 일부 유권자, 매스 미디어 모두의 공동책임이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 캠페인이 횡행하는 가장 결정적 요인으로 후보자들의 무책임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후보자들이 네거티브 캠페인의 단기적 효과와 장기적 비용 사이에서 철저히 단기적 효과의 유혹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여기서 단기적 효과란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후보자들간의 진흙탕 싸움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정책 공약보다는 중상모략과 같은 흑색선전의 메시지를 더 오래 선명하게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러한 네거티브 캠페인의 효과는 특별히 지지하는 후보가 없는 부동층, 그리고 교육 수준이 낮은 유권자들에게 더욱 큰 영향을 발휘하기 때문에 후보들은 비방전의 단기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네거티브 캠페인은 장기적으로는 정치인들에게 커다란 짐으로 남게 된다. 당장 눈앞의 득표를 위해 남발한 네거티브 캠페인은 결국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불러온다. 은밀한 흑색선전에 솔깃해하면서도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또한 이것이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치와 사회를 좀먹는다는 사실도 분명 알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 후보들의 시간 프레임이 6월 13일 선거일까지에만 맞춰져 있을 뿐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걱정도 관심도 없다는 데에 있다.
물론 네거티브 캠페인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은 우리의 정치인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선거에서 TV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부동층 유권자가 늘어나고 또한 미국식 선거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이 확대일로에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 캠페인이 세계적으로 일반화되고 있다는 추세가 이를 용인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제라도 우리는 진흙탕 싸움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물론 가장 상식적인 방안은 흑색선전과 비방을 일삼는 후보자들을 유권자의 힘으로 오는 13일 퇴출시키는 일이다. 과거의 경험은 이러한 방식이 크게 효과적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으나, 이제는 유권자들이 이러한 후보들에게 단호한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한다.
▼선거법 엄격히 적용해야▼
아울러 보다 적극적으로 네거티브 캠페인을 추방하는 관행을 세워야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는 국회의원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듯이, 선거 기간중 과도한 비방을 일삼는 후보자들도 선거가 끝난 후 엄격히 조사해서 기소하고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평범한 시민들도 타인에 대한 언어 폭력이나 명예훼손 등으로 엄한 처벌을 받듯이, 지방 선거 후보들도 근거없는 인신공격, 유언비어의 유포 행위와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법의 책임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때에 비로소 우리는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교실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축구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안팎에 과시할 수 있도록 정성과 노력을 쏟아야 할 때다.
장훈 중앙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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