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정 지청장의 생각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역사바로잡기에 동참한다는 뜻에서 협조했으면 좋았을 뻔했다. 조사에 진전이 없을 경우 김씨 사건은 다른 조사대상들처럼 영원히 의문사로 남을 가능성이 커 위원회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가 진행중인 의문사들은 집회 및 시위 관련 대학생들을 강제 징집했던 ‘녹화사업’을 비롯해 대부분 독재정권 시절 국가기관이 관련된 의혹이 짙은 사건이기 때문에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진상을 밝힐 책임이 누구보다 국가기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주로 국가기관들이 관계자 조사와 관련자료의 제출을 거부해 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의문사 83건 가운데 아직도 67건이 미결상태로 남아 있다.
이번 과태료 부과가 관련 국가기관들로 하여금 의문사 조사에 적극 협력케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 지청장도 위원회에 출두해 자세한 수사상황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의문사 사건들이 국가기관의 협조 거부 장벽에 막혀 미제(未濟)로 남는다면 2000년 10월 대통령 소속으로 출범한 위원회 자체가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위원회는 압수수색, 구인영장 청구 등의 충분한 권한을 부여받지 못해 국가기관의 비협조에 속수무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위원회의 책임도 없지 않다. 위원회는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특별법 관련 조항을 왜 지금까지 활용하지 않았던가. 활동기한이 9월로 다가와 시간이 촉박하기는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위원회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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