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계(劉季)가 태평스레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동안에도 나머지 두 사람은 부지런히 돌 깨는 일을 했다. 마치 유계의 몫까지 해놓겠다는 듯이나 열심이었다. 그런데 잠시 자리를 비웠던 진나라 병사가 돌아오면서 일이 터졌다.
“뭔가? 거기 앉아 있는 저 벗겨 놓은 삼대 같은 놈은.”
일꾼들을 몰아대고 다잡는 게 제 일인 그 병사는 바위 위에 태연히 걸터앉아 쉬고 있는 유계를 보자 눈에 쌍심지를 켰다. 채찍으로 써오던 밧줄을 단단히 감아쥐며 유계에게로 달려왔다.
여느 일꾼이라면 사납기로 이름난 진나라 병사가, 그것도 표독스럽고 잔인하기까지 한 노역장 감시병이 성난 얼굴로 달려오는데 겁부터 먹었을 것이다. 유계에게도 어쩌면 고약하게 되었다는 느낌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답답할 만큼 느렸다. 얼른 바위에서 내려와 일하는 척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를 못하고, 여전히 바위에 앉은 채 야릇한 웃음만 흘리고 있었다.
“그래도 저 초(楚)나라 원숭이 놈이.”
성마른 진나라 병사가 더 참지 못하고 채찍부터 날렸다. 그때 정을 들고 있던 사내가 갑자기 손을 뻗어 날아오는 채찍을 잡았다.
그는 성이 노(盧)요 이름은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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