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이해되지 않는데요, 백화점 운용을 잘 들여다보면 이런 표현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어집니다.
통상 사람들은 백화점이 모든 물건을 사들인 뒤 진열해놓고 마진을 붙여서 소비자들에게 판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가게에서처럼 말이죠.
그러나 백화점이 직접 사들여 판매 진열 보관 등 모든 책임을 지는 물건은 전체 매출의 5% 안팎일 정도로 미미합니다. 통상 배추나 과일 등 신선식품만 그렇게 하죠.
나머지 95%의 매출은 ‘이상하게’ 이뤄집니다. 백화점 매출의 85%는 백화점에 입주한 각 브랜드들이 ‘판 물건’을 백화점이 샀다고 ‘가정’한 뒤 백화점 매출로 잡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백화점에 들러 옷을 한 벌 샀습니다. 이 경우 해당 매장에 진열된 다른 옷은 백화점과 상관없는 물건으로 그 브랜드 소유의 옷일 뿐이죠. 팔린 옷만 백화점 것이었던 셈입니다.
물건이 팔리면 해당 브랜드는 ‘도매가’로 백화점에 팔고 백화점은 마진을 붙여 고객에게 판 것으로 처리됩니다. 물론 고객은 이 사실을 알 수 없죠.
한국과 일본에서 발달한 이 제도는 ‘반품’ 등 상품관리에 인원과 노력을 쓰지 않아도 돼 백화점에 유리한 제도죠.
그렇다고 해당 브랜드들도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자체 매장을 운영하면 아무래도 잘 팔리거든요. 실제로 고객이 백화점에서 만나는 직원은 대부분 백화점 소속이 아니라 해당 업체 소속이랍니다. 비록 백화점 근무복을 입었더라도 말이지요.
나머지 10%의 매출은 보증금을 내고 매달 일정 임대료 혹은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내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통상 식당가나 귀금속 매장 등에서 이렇게 하죠.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