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동원/하이닉스 매각 전략이 없다

  • 입력 2002년 6월 6일 23시 03분


김동원
“하이닉스반도체는 독자생존이 힘들다. 매각 외에 대안은 없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재협상할 뜻이 있는 것으로 안다.”(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6일 TV 대담프로에 출연해)

“하이닉스 처리는 해외매각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다. 하이닉스가 독자생존하려면 반도체가격이 4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독자생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 5월22일 라디오방송에서)

고위 경제관료들이 하이닉스에 대해 최근 한 말들이다.

건국 이래 가장 큰 딜(deal)이라고 불리는 하이닉스 처리와 관련해 경제정책 책임자로서 정책당국의 의도를 밝힌 발언이다. 매각 성사의 마지막 순간에 하이닉스 이사회의 ‘반란’ 때문에 실패한 일이 있는 만큼 매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지 않으면 안될 저간의 사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각협상은 상대방이 있는 하나의 게임이다. 과연 이런 발언들이 우리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까.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안 사면 세계 어디에서도 하이닉스를 살 데는 없다”(5월 21일 이근영 위원장)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설사 정황이 그렇다 하더라도 카드를 죄다 보여주는 것이 현명한 대응인가.

기업 인수합병(M&A)의 주선 경험이 풍부한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그렇게 많은 매각협상을 하고서도 한국 정부는 별로 배운 게 없는 것 같다”며 “고위 당국자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도대체 (하이닉스를) 팔려고 저러는 건지, 안 팔겠다는 건지 헷갈린다”고 일침을 놓았다.

만약 ‘하이닉스와 관련해 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반드시 과시해야겠다’는 관료가 있다면 어떤 말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 협상 성공과 국익(國益)을 생각한다면 ‘전략 부재’라는 지적을 받을 만한 발언은 삼가야 할 것 아닌가.

김동원기자 경제부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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