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보호원은 최근 사옥 외벽에 ‘월드컵 기간 외국인 특별 소비자 상담’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걸려다 FIFA의 제지를 받았다. 소비자보호원이 FIFA와 공식 관계가 없으므로 ‘월드컵 기간’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는 이유라고 한다. 대회기간 중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배려인데 FIFA의 수익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FIFA가 소비자보호기구의 비영리행위까지 막는 것은 현명치 않은 일이다.
월드컵문화시민운동협의회의 경우는 더 기막히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시민운동 차원에서 결성한 이 단체도 올해 초 FIFA에 명칭사용신청을 냈다가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빼라는 통보를 받았다. 한국월드컵조직위의 중재로 ‘FIFA가 공식 인정하는 게 아니라 모른 체한다’는 조건으로 수습되었다지만 그들 주장대로라면 시민운동도 FIFA에 돈 내고 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우리가 이 같은 대우를 받게 된 데에는 한국월드컵조직위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FIFA와 대외협력서를 체결할 때 제반 규정을 꼼꼼히 따져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그들이 할 일이었다. 그런데도 비영리 목적의 휘장 및 로고 사용까지 일일이 FIFA의 규제를 받을 정도라면 개최국의 체면은 무엇인가.
월드컵이 주요 수입원인 이상 FIFA의 상업주의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개최국의 봉사·문화사업에까지 돈의 잣대를 들이대는 행태는 비판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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