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FIFA의 상업주의 너무하다

  • 입력 2002년 6월 6일 23시 08분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축구를 연상시키는 단어의 상업적 이용을 막는다며 비상업적 용도로 쓰는 경우까지 규제하는 것은 잘못이다. 입장권 판매관리를 허술하게 해 무더기 공석(空席)사태를 일으켜 개최국에 갖가지 손해를 안겨준 FIFA가 해야 할 일은 못하면서 돈벌이에만 몰두하는 느낌이다. 개최국을 도와 대회 열기를 고조시켜야 할 FIFA가 오히려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최근 사옥 외벽에 ‘월드컵 기간 외국인 특별 소비자 상담’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걸려다 FIFA의 제지를 받았다. 소비자보호원이 FIFA와 공식 관계가 없으므로 ‘월드컵 기간’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는 이유라고 한다. 대회기간 중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배려인데 FIFA의 수익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FIFA가 소비자보호기구의 비영리행위까지 막는 것은 현명치 않은 일이다.

월드컵문화시민운동협의회의 경우는 더 기막히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시민운동 차원에서 결성한 이 단체도 올해 초 FIFA에 명칭사용신청을 냈다가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빼라는 통보를 받았다. 한국월드컵조직위의 중재로 ‘FIFA가 공식 인정하는 게 아니라 모른 체한다’는 조건으로 수습되었다지만 그들 주장대로라면 시민운동도 FIFA에 돈 내고 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우리가 이 같은 대우를 받게 된 데에는 한국월드컵조직위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FIFA와 대외협력서를 체결할 때 제반 규정을 꼼꼼히 따져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그들이 할 일이었다. 그런데도 비영리 목적의 휘장 및 로고 사용까지 일일이 FIFA의 규제를 받을 정도라면 개최국의 체면은 무엇인가.

월드컵이 주요 수입원인 이상 FIFA의 상업주의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개최국의 봉사·문화사업에까지 돈의 잣대를 들이대는 행태는 비판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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