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말잃은 파리…축구팬들 분노-허탈

  • 입력 2002년 6월 7일 01시 18분


“이럴 수가….”

온 국민이 서울발 승전보를 학수고대했던 프랑스는 우루과이와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자 크게 낙담했다. 언론들은 “아직 프랑스에 기회가 남아 있다”고 전했으나 개막전에서 패배한 데 이어 ‘한수 아래’로 평가했던 우루과이와도 무승부를 이루자 파리 시민들은 “프랑스가 지난 대회 우승팀이 맞느냐”며 허탈해했다. 파리 시내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과 카페 등에서 우루과이전을 관람했던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귀가하거나 맥주를 마시며 울분을 토로했다.

축구팬들은 “지단만 뛰었으면…” 하며 프랑스 예술축구의 야전사령관 지단의 결장을 아쉬워했다. 언론에서는 “스타플레이어 한 사람 빠졌다고 이렇게 맥없는 경기를 벌이는 것은 프랑스팀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르피가로 인터넷판은 “프랑스가 탈락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으며 다른 언론들도 티에리 앙리가 경기 시작 직후 퇴장당하는 바람에 10명이 뛴 프랑스 대표팀이 후반전에 피로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아쉬워했다.

경기를 보던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는 “우루과이와 같은 중남미 출신인 멕시코 심판이 편파 판정을 한다”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TF1 TV 아나운서도 심판이 우루과이의 교묘한 반칙을 충분히 제재하지 않았다며 “매우 이상한 심판”이라고 비난했다.

우루과이전이 무승부로 끝난 직후 월드컵 독점중계권을 갖고 있는 TF1 TV의 주가가 1.24% 떨어졌다. 프랑스가 16강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1억6800만유로(약 1932억원)라는 거액을 투자해 중계권을 사들인 TF1 TV가 심각한 손해를 입을 것이기 때문.

이날 프랑스와 같은 A조에 속한 덴마크-세네갈 경기부터 프랑스 전역은 사실상 철시 상태였다. 9일 실시되는 프랑스 총선 1차투표에 대한 관심도 월드컵 열기에 묻혀버렸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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