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근친상간은 분명 사회적 지탄이 쏟아지는 대표적인 ‘패륜’ 행위지만 수백년, 수천년 전에는 정통 왕족의 핏줄을 잇기 위해 오히려 근친혼을 권장하던 시대가 있었다.
고대 이집트 왕가에서는 오빠와 여동생, 작은아버지와 조카 등의 결혼이 오랜 습관으로 내려왔다. 예를 들면 제 18왕조의 종교개혁 왕 이크나톤은 만년에 큰딸인 메리트아톤과 셋째 딸 안케세파톤을 왕비로 삼았다. 그러나 그가 죽자 12세 된 왕비 안케세파톤은 10세 된 어린 작은아버지 츠탄카톤을 다시 남편으로 맞는 등 아버지와 딸 사이의 혼인도 가능했다.
성경 속에도 근친상간에 대한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창세기에 따르면 롯이란 자가 부패한 소돔을 떠나 두 딸과 함께 산에 칩거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두 딸이 자식을 갖기 위해 아버지인 롯에게 술을 먹인 후 차례로 동침함으로써 결국 자손을 번창시켰다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도 고려시대까지는 근친혼이 만연했다. 특히 신라시대에는 골품제라는 신분제를 유지하기 위해 같은 왕족인 남매나 삼촌과 혼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조선시대 들어서는 유교적 영향을 받아 근친혼을 엄중히 다스렸지만 사실 근친혼은 유교적 잣대를 떠나 인간적 도리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현대문명은 가까운 핏줄 사이에 자식이 태어났을 때 돌연변이 유전인자가 형성될 확률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근친혼의 불가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주고 있다.
< 정규덕/ 부산롯데호텔 이지웰비뇨기과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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