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바뀌는 홈런왕 레이스 만큼이나 탈삼진왕 경쟁도 뜨겁다. 탈삼진은 투수 3대 타이틀로 불리는 다승 승률 평균자책에 비해 격은 떨어지지만 투수의 능력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잣대. 다승과 승률은 팀 성적에 정비례하고 비교적 객관적이라는 평균자책도 팀의 수비력에 영향을 받는다. 반면 탈삼진은 오로지 투수와 타자의 1대1 대결에 의해 판가름 난다.
이런 점에서 중위권 팀인 SK의 이승호가 6일 현재 74탈삼진으로 선두에 올라 있는 것은 흥미롭다. 이승호는 최근 2연승하긴 했지만 시즌초 잘 던지고도 5연패하는 최악의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삼진에 관한 한 이승호의 개인기는 놀라울 정도다.
왼손투수로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에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던지는 그의 최대 장점은 연투와 완투가 가능한 강철 어깨. SK는 지난해 탈삼진왕 에르난데스와 2위 이승호가 8개구단에서 유일하게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이와 함께 이승호는 올시즌 이닝당 탈삼진률에서도 1.05개를 기록, 롯데 매기(1.14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2위 그룹의 추격도 만만찮다.
67탈삼진으로 공동 2위에 올라 있는 ‘진우 듀엣’ 송진우(한화)와 김진우(기아). 올시즌 36세의 나이를 잊은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송진우는 공 빠르기는 140㎞대 초반이지만 관록을 앞세운 컴퓨터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농락하고 있다. 그러나 이닝당 탈삼진률이 0.77개에 불과한 게 약점.
7억 신인 김진우는 시즌초 상승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150㎞를 오르내리는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로 이닝당 1.05개의 탈삼진률을 자랑한다. 그러나 아직은 경기 경험이 부족하고 이닝당 1.17개에 이르는 피안타율이 걸림돌.
이에 따라 이승호를 위협할 라이벌은 오히려 4위(66개)에 머물고 있는 ‘괴물투수’ 매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매기는 컨디션에 따른 구위의 급격한 변화가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1m90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대의 왼손 강속구에 슬라이더와 써클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독보적인 탈삼진률을 기록중인 그로선 얼마나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가가 탈삼진왕 획득의 관건인 셈.
어찌 됐든 올해는 96년 롯데 주형광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왼손투수가 닥터K의 영광을 차지할 가능성이 그 어느해보다 높아졌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