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시민들은 거리를 뛰어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포옹했으며 중심가의 시벨레우스 광장에서는 8일 새벽까지 축제가 이어졌다.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스페인 고용인 앤드리게는 “환상적인 2승을 올렸다. 우리 팀이 결승에 진출하기를 바란다”고 감격스러워했다.
○…7일 스웨덴은 밤이 없었다. 하절기를 맞아 밤이 짧은 북유럽인 데다 나이지리아전 승리를 축하하는 인파로 전국이 떠들썩했기 때문. 자국팀이 ‘죽음의 조’인 F조에 배정돼 불안해 했던 스웨덴 축구팬들은 강호 잉글랜드를 맞아 비긴 데다 아프리카 축구 강국 나이지리아에 승리하자 흥분했다. 대형 TV가 설치된 맥도널드 버거킹 등 햄버거 체인점과 카페나 바에서 경기를 관람했던 스톡홀름 시민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주스웨덴 한국대사관의 장길남(張吉男) 홍보관은 “당초 스웨덴인들은 16강 진출을 걱정했으나 자국팀이 두 번 모두 선전하면서 불안감을 씻어 냈다”고 전했다. 오전 주류 판매가 금지돼 있는 스웨덴은 월드컵 기간 중 맥주 판매를 허용했다. ○…잉글랜드와의 일대 격전을 치르는 아르헨티나 현지는 “잉글랜드만은 이겨야 한다”는 각오로 매우 들뜬 분위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부에노스아이레스 무역관 권선흥 차장은 “대부분의 학교와 회사에서 집단 결근 결석 사태가 속출해 정상 업무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는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자동차 경적소리로 가득 찼으며, 집집마다 국기를 내거는 등 전 국민적인 응원에 나섰다는 것. ○…이스라엘 장관들이 2일 월드컵 경기 시청을 위해 중요한 정례 각료회의를 예정보다 빨리 종료한 것으로 드러나 언론으로부터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이날 회의에서 아리엘 샤론 총리가 종교 정당과의 연립문제 논의를 위해 일찍 자리를 뜨자 다른 각료들도 잇따라 “사무실에 다른 볼일이 있다”며 나가는 바람에 예정됐던 경제 문제 협의가 다음주로 연기된 것. 이스라엘 TV는 “대부분의 각료들이 사무실로 돌아가 월드컵을 시청했다”고 폭로했고 총리부는 “근거 없는 억측”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사태 수습에 진땀을 흘렸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16강에서 탈락한 나이지리아는 온통 초상집 분위기. 이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시민들은 버스정류장이나 거리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패배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라고스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대표팀 선수들을 ‘쓰레기’라고 부르며 소란을 피우는 광경이 목격됐으며 라고스대학의 학생들은 분노를 참지 못한 나머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병을 던지며 분풀이를 하기도 했다.
○…4월 유럽챔피언스 리그에서 강한 태클로 데이비드 베컴의 왼쪽 발목을 부러뜨려 그의 월드컵 출전 여부를 불투명하게 했던 아르헨티나의 알도 페드로 두스체르는 “베컴이 부상에서 회복돼 경기에 출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잉글랜드와의 결전일인 7일 아르헨티나의 스포츠전문지 올레에 실은 기고문에서 “내가 고의로 그랬다는 잉글랜드 언론의 질책에 괴로웠으며 베컴에게 안부전화를 걸었다. 그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불운’이라고 말했으며 나는 그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하루 평균 1000만 링기트(약 180억원)에 달하는 판돈을 걸고 월드컵 도박을 벌여온 17명의 도박단을 검거했다고 7일 AP통신이 보도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축구에 돈을 거는 것이 불법이다. 경찰은 컴퓨터와 TV 베팅 목록 등을 증거품으로 압수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