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와 기근을 피해 외국 공관에 뛰어든 탈북자의 최종 목적지 결정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관한 것으로 결코 나라에 따른 차별이 있을 수 없는 사안이다. 중국은 그들의 운명을 놓고 상대방의 국력 크기에 따라 처리 방법을 구별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나 독일 공관으로 들어간 탈북자의 제3국행은 인정하고, 한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의 요구는 묵살한다면 국제사회는 중국의 협량(狹量)을 비웃을 것이다.
한중간 현안이 된 탈북자 5명은 지난달 23일 이후 한국공관에 들어간 사람들이다. 중국의 무리한 요구로 이들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으나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부는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탈북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국제적 원칙에 따라 문제를 풀어야 한다. 미국은 89년 6월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미 대사관으로 피신한 중국의 반체제 물리학자 팡리즈(方勵之)의 망명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1년 이상을 협상하지 않았는가. 정부는 최소한 다른 나라 공관에 들어간 탈북자의 전례(前例)에 따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중국의 압력에 원칙을 포기하는 ‘나약한 외교’를 하면 안 된다.
탈북자의 한국 영사부 진입을 계기로 한국공관이 탈북자의 한국행 통로로 정착될 것이라는 중국 측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탈북자 문제는 이미 한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 이슈로 확대됐다. 중국은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당사자의 하나인 우리 정부와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공식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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