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월드컵 개막전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시합은 프랑스가 세네갈에 뜻밖의 패배. 프랑스 TV의 아나운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불행”이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나에게는 지네딘 지단이 나오지 않은 것이 생각지도 못했던 불행이었다. 사령탑의 플레이를 보고 싶기도 했지만, 그가 얼마전에 있었던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극우파의 장마리 르펜에 반대하며 “투표하러 가자”고 호소했다는 말을 듣고 “어, 보통이 아닌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제리계의 지단을 비롯해 프랑스팀이 다민족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르펜 후보는 지난번 프랑스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이게 프랑스팀이라니…”라며 깎아내리기도 했다.
한편 일본과의 첫 시합에서 비겼던 벨기에 대표팀에서는 음보 음펜자 선수가 유일한 검은 피부의 소유자. 그는 자이르에서 이주한 약사의 아들이라고 한다.
동생인 에밀 음펜자와 함께 어린시절부터 훈련을 쌓아 벨기에에서는 유명한 형제선수가 됐다. 에이스 스트라이커인 동생이 대표선수가 될 것으로 확실시됐으나 다리를 다쳐 형이 선발됐다. 형은 실망하는 동생을 다독이면서 동생몫까지 열심히 뛰겠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이민 가족들의 유대는 강하다. 아사히신문 브뤼셀지국의 현지채용 보조원이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걸자 음보의 어머니는 “온가족이 TV앞에 모여 응원하고 있다고 일본에 있는 아들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 부탁은 팀을 통해 음보 선수에게 전해졌다.
바로 그 음보 선수는 일본전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다음 시합(10일·튀니지전)에는 나올 수 있을지 가족들도 애태우고 있을 것이다.
그라운드 위에서 전개되는 수많은 드라마. 그 뒤에는 가슴 찡한 또 다른 갖가지 드라마가 있다.
와카미야 요시부미 논설부주간
정리〓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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