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월드컵은 세계가 하나되는 축제

  • 입력 2002년 6월 10일 18시 08분


‘우리도 세계인들과 함께 마음껏 즐기자’.

브라질과 중국전이 끝난 뒤인 8일 밤 제주 서귀포. 인구 10만명이 채 안되는 이 작은 도시는 경기가 끝나고 자정을 넘기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경기 관전을 위해 서귀포를 찾은 브라질 응원단이 시내 곳곳에 모여 춤과 노래로 미처 경기장에서 소진하지 못한 열정을 발산하고 있었기 때문. 이들은 응원복장 그대로 10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씩 무리를 이룬채 마치 눈앞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것처럼 삼바리듬에 맞춘 다양한 춤과 노래를 선보이며 새벽까지 즐겼다. 이들이 모인 곳에는 즉석 미니축구경기도 빠지지 않았고 음료수를 든채 주위 사람들과 함께 그날 경기를 열심히 복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의 요란한 축제에 붉은 악마 복장의 한국인들과 시내 구경을 나온 중국인 응원단이 모인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바로 직전까지 경기장에서 그토록 열심히 응원전쟁을 벌이던 사람들이었지만 경기장 밖에서의 표정은 너무나 달랐다. 브라질인들이 여전히 감동을 주체하지 못한 채 경기장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었다면 한국인 중국인들은 언제 자신들이 열광하기라도 했었냐는듯 근엄한 얼굴로 브라질인들의 축제를 ‘구경’할 뿐이었다.

기껏 브라질 응원단이 신나게 즐기는 모습을 구경하던 한 한국인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우리도 이렇게 놀 수 있다’는 듯 시위(?)성 맞불을 놓는 듯 했으나 이내 멋쩍은 표정으로 도망치듯 자리를 피해 구경꾼들만 더 멋적어졌다.

월드컵은 공 하나만으로 피부색깔을 초월해 세계가 하나가 되는 축제다.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체면을 벗어던진채 축구 선진국 사람들과 함게 어울리며 그들의 축구문화를 호흡해 보는 것도 축구관전 이상의 재미가 아닐까.

서귀포〓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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