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서 주심으로 나선 한국인 김영주 심판의 에누리없는 페널티킥 판정 때문에 역전패를 당하고 분루를 삼켜야했던 터키팀. 당시 세놀 구네스 터키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심판 판정에 대해 “심판 자체가 없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인천 문학경기장을 찾은 터키대표팀은 다시 한번 놀라야했다. 한국인 관중 대부분이 터키를 목이 터져라 외치며 한 목소리로 응원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 관중이 터키를 응원한 이유는 단 하나. 터키는 6.25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해 용맹하게 싸우다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7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영원한 우방이기 때문.
이날 경기장에는 ‘영원한 우방 터키 골!골!골!’ 등 터키를 응원하는 현수막 30여개가 내걸렸다. 또 6.25참전 전우회 인천광역시 지회 회원 80여명도 군복 차림에 터키 국기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나와 열띤 응원전을 펼쳤으며 터키를 응원하는 시민 서포터스 회원 300여명은 경기장 상단 스탠드에 자리를 잡고 ‘터키’를 연호했다. 특히 터키인들은 군복을 입은 노인들이 단체로 나와 터키를 응원하는 사연을 전해듣고 감격에 겨워 이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함께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터키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하나된 응원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터키가 공격을 할 때는 함성을 질렀고 코스타리카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을 때는 ‘우∼’하는 야유로 힘을 뺐다. 터키가 선취골을 넣었을 때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가득했지만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했을 때는 대부분 관중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터키팀을 열성적으로 응원한 한 축구팬은 “지나번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심판이 터키팀에 페널티킥을 줬을 때는 무척 안타까웠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심판이 한국 사람이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인천〓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