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에 손배 소송 준비▼
한데 성공을 확신하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일들이 불쑥불쑥 터지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상업주의와 비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FIFA의 그런 고압적 자세는 사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또 FIFA의 상업적 이익 추구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해도 FIFA의 규제 중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 ‘월드컵’이란 단어만 해도 그렇다. 월드컵문화시민운동협의회가 단체의 이름에, 비영리조직인 소비자보호원이 사회 문화적 활동에 ‘월드컵’이란 단어를 쓰려다 저지됐다. 길거리 응원도 전광판 중계권료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돈을 내고 중계하는 TV의 화면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는 논리였다. 또 FIFA는 오래 전 우리 팀이 10일 대구경기에 대비한 숙소로 신청한 호텔의 사용을 불허했다. FIFA 심판들이 묵는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미국 팀은 그 호텔을 숙소로 사용했다. 결국 심판들이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저간의 사정이야 어떻든 우리 쪽은 며칠 전까지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약과다.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해를 미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우선 경기관람권 판매의 난맥상이다. 개막전이 열린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은 한 구역 3500석이 비었다. 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는 1만석, 2일 부산과 광주 경기장에는 2만2800석과 1만9000석이 공석이었다. 관중석 공석사태는 일본에서도 벌어졌다. 이후 해외에서 판매되지 않은 관람권이 경기 당일 판매되는 법석이 일고 있는 형편이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관람권 배포가 늦어져 피해를 본 관중도, 관람권에 출입문 표시 인쇄가 되지 않아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관중도 있었다.
불상사의 예고편은 이미 4월에 나왔다. 월드컵 기간 중 많은 관광객을 기대한 숙박업체들이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개막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 지난해 예약된 전국 217개 관광호텔 객실의 70% 가량이 해약됐다. 호텔 객실 해약은 5월에도 이어졌는데 업계는 5월 해약 분은 위약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다고 한다.
문제는 잇단 부정적 사태의 발생이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월드컵조직위와 FIFA의 계약은 그런 전제 아래 이뤄지는 까닭이다. 월드컵조직위는 올림픽조직위와는 달리 사업이나 행사 일체를 FIFA의 허가 없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관람권과 객실문제에 대한 조직위의 책임이 완전히 면제될 수는 없다.
우리의 이익과 국가 이미지와도 관계된 일이니 만큼 조직위는 목소리를 크게 낼 필요가 있다. FIFA로부터 관람권의 해외판매 및 인쇄 배포와 숙박 업무 독점 대행권을 얻은 바이롬사의 책임을 분명히 따져야 한다. 바이롬사는 경기장 좌석배치도 등 자료를 늦게 받아 판매가 미진하게 됐다고 밝혔는데 우리로서는 거론할 일이 많다. 해외 관람권이 인기가 없었던 것인지, 업무처리 미숙에 의한 판매부진인지부터 따져야 할 것이다. 미판매분에 대한 긴급판매에 나서지 않은 점이나 매진됐다는 데도 관중석 공석이 난 사례의 원인도 파고들어야 한다.
▼일본과 공동대처 절실▼
조직위는 FIFA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대응은 해야 한다. FIFA는 관중석 공석사태가 난 뒤 열흘이 지나 유감 표명과 함께 진상 조사를 약속했지만 느긋하게 기다려서는 안 된다. 종래 조직위가 맡았던 관람권 판매 업무가 바이롬사에 맡겨진 이유도 따져야 한다. 바이롬사가 대행사로 선정된 데는 블래터 FIFA회장의 친인척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에도 주목해야 한다. 아울러 조직위는 바이롬사에 대한 감독권을 문제삼아 FIFA에 손해배상 소송 제기 방안도 구체화해야 한다. 계약서류를 꼼꼼히 챙겨보는 일도 중요하다. 법적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면 일본 조직위와도 의견조율을 해야 할 것이다.
윤득헌 관동대 교수·체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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