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가져오는 승리도 있다. 개막전에서 두 번이나 골대를 때리고, 2차전에서는 스트라이커가 퇴장당한 프랑스의 불운은 상대방의 발길을 절로 가볍게 한다. 헤딩을 하기 위해 솟구친 선수의 허벅지에 맞은 볼이 골문으로 들어가는 행운 앞에서 남아공은 이기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가장 극적인 승리는 역전승이다. 크로아티아와 만난 이탈리아가 후반 10분 첫 골을 넣자 승부가 끝났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강력한 우승후보인데다 1차전 승리에 이어 2차전도 앞서고 있으니 이탈리아 선수들의 몸은 얼마나 가뿐했을까. 반면 1패를 안고 있는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납덩이처럼 무거운 탈락의 그림자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볼이 둥글다는 말은 헛소리가 아니다. 발칸의 전사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해 한 골을 넣고 다시 한 골을 넣어 승부를 뒤집었다.
우리 인생도 그럴 수 있다. 지금까지 인생이 잘 풀리지 않았다면 좌절하는 대신 축구경기처럼 한번 뒤집어 보자. 정치를 잘못해서 국민의 지지를 잃은 지도자들은 심기일전해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애써보자. 엄청난 흡인력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월드컵. 역전승의 교훈은 월드컵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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