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쉽지만 잘 싸웠다

  • 입력 2002년 6월 10일 18시 08분


잘 싸웠다. 폴란드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미국도 이겨주기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은 이루지 못했지만 우리팀은 최선을 다했다. 최근 기량이 크게 상승한 미국팀을 맞아 1-1 무승부를 기록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선제골을 내주고, 또 페널티킥을 실축하고도 위축되지 않고 경기를 풀어간 우리팀에 박수를 보낸다.

대구 월드컵경기장과 서울 세종로 네거리 등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 응원전에서도 참가자들은 모두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일부 반미(反美)기류와 관련해 걱정했던 일들이 기우로 끝난 것은 다행스럽다.

물론 아쉬움을 떨치기는 어렵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이후 지난 1년반 동안 우리팀은 어느 때보다 밀도 있는 훈련을 받았고 그 결과 월드컵 출전 48년 만에 첫 승을 거두었다. 이후 사기도 자신감도 충천했고 국민적 성원도 넘쳐났다. 실제로 어제 경기에서도 우리팀에 결정적 골 찬스가 훨씬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승부를 기록했으니 선수단도 응원단도 흡족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16강 진출의 기회는 아직 넓게 남아 있다. 14일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얼마든지 희망을 이룰 수 있다. 어제의 무승부는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시점을 조금 늦춘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자. 우리는 이번 월드컵 들어 패배한 일이 없고 승점도 4점으로 미국과 같지만 골 득실차에서 앞서 여전히 D조 1위다.

특히 미국전에서 드러난 포르투갈의 전력은 우리에게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주고 있다. 우리와 비긴 미국이 포르투갈을 이겼는데 우리라고 못이길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의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투혼을 그대로 쏟아 넣는다면 국민에게 또 한번의 환호와 감동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기다려진다. 비록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포르투갈이 우리에 앞서고 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이변이 얼마나 많이 일어났는가.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다시 한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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