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보면 가계의 여유자금과 투자자금, 금융권을 떠도는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돼 안정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최근의 수급 불균형 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중장기 낙관론〓현대증권은 ‘자금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보고서를 통해 “2000년대에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인 중장년층으로 접어들면서 이들의 여유자금과 투자자금이 증시로 대거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전망의 근거는 10여년을 앞선 미국의 경험. 미국에서도 베이비붐 세대가 1960년대 이후 미국 경제와 증시를 이끌어온 주체라는 것. 이들이 20대에 진입하면서 60년대 미국의 자동차와 부동산 수요가 늘었고 30대로 성장한 70년대에는 일부 대형 우량주에 대한 간접투자가 활성화됐다. 베이비붐 세대는 90년대 이후 노령화하면서 그동안 모은 여유자금과 노후자금을 주식시장에 투자했다는 것.
엄준호 선임연구원은 “70년대와 80년대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도 미국의 90년대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에는 소비계층이 되며 이들도 여유자금을 수익률이 높은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우증권도 ‘부동자금, 어디로 갈까’라는 보고서에서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시대가 정착될수록 주식시장으로 더 많은 부동자금이 몰려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자금이란 은행의 단기 수신처럼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대상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자금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 마땅한 대상을 찾기 힘들 경우에 늘어나는 속성이 있다.
구용욱 연구원은 “한국경제가 저성장 저물가 구조가 되면 부동자금도 변동폭을 줄이며 안정적으로 늘게 된다”며 “여기에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 수익률이 높은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단기 비관론〓이 같은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주식시장에 나온 공급 물량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필호 신흥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5월 KT 지분을 매각한 데 이어 6월에도 우리금융과 담배인삼공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주식시장에 공급이 늘어나는 반면 미국 증시의 하락으로 인해 투자심리는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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