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는 한동안 고전하거나 완만하게 회복할 것이며 △한국 증시는 미국으로부터 완전히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의 전망은 여전히 좋아 보인다는 데 있다.
S증권의 한 연구위원은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로부터 차별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한국 증시를 좋게 전망하려니까 참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한미 증시에 대한 극단론〓두 나라 증시에 대한 전망은 ‘동조화’ 대 ‘차별화’로 나뉜다.
동조화 논리는 한미 경제와 증시에 대한 비관론에서 나온다. 미국 경제와 증시가 한동안 약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며 이에 따라 한국 증시의 조정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내수에만 의존해 성장할 수는 없는 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주식 수요도 살아날 수 없다는 논리.
이에 비해 차별화 논리는 미국 증시가 △부실회계 △기업실적에 비해 고평가된 주가 등 미국만의 고유한 문제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큰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상무는 “미국은 10년의 호황에 따른 과잉설비, 부실회계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한국은 이미 이런 문제를 90년대 말에 해결했고 개별 산업의 경쟁력도 갖췄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미국 증시의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을 지켜내자 이를 차별화의 시작이라고 보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4월 중순 이후 한국 증시가 내린 것은 미국 증시의 영향만이 아니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과 상승 모멘텀 부족 등 기술적인 요인도 크다는 것.
김남태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은 “미국에서는 엔론사태 이후 기업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투명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상황이 다른 만큼 6월부터는 두 나라에서 서로 다른 주가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고민〓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양 극단의 ‘접점’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미국과의 차별화를 주장하기에는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이 너무 크고, 동조화를 주장하자니 한국 경제와 증시의 여건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타협안’으로 ‘차별적 동조화’가 제시되기도 한다. 즉 한국 경제가 미국 경제와는 동조화하지만 증시와는 차별화할 수 있다는 것.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상무는 “미국 경제가 완만히 회복하고 나스닥지수도 1500선에서 2000선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과거 미국 증시가 세계 증시와 차별화하면서 홀로 급등한 것처럼 한국 증시도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한국과 미국 증시를 진단하는 전문가들의 시각 | |||
구분 | 미국경제(또는 증시) | 한국 증시 | 의견분포 |
동조화 | 고전 | ‘긴 조정’(비관론) | 소수 |
더딘 회복 | 횡보 | 대다수 | |
차별화 | 더딘 회복 | 상승 | |
고전 | 상승(낙관론) | 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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