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질질 끌어오던 무거운 쇠사슬을 끊어버리는 듯한 킥이었다.만감을 담은 PK(페널티 킥)은 7일의 삿포로 돔, 아르헨티나전.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이 오른발로 쏘아낸 탄도는 아름다웠다.
98년의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퇴장처분을 당한 것이 잉글랜드가 PK전에서 패하는 원인이 됐다. 모국에 돌아가자 그에게는 ‘전범 취급’이 기다리고 있었다.
“터치라인에 다가갔을 때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관중이 일어서서 나에게 욕을 해대고, 침을 뱉고, 물건을 집어던졌다.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그렇게 썼다.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월드컵에서 받은 굴욕은 월드컵에서밖에 씻을수 없다. 그것을 성취하는 순간의 공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스포츠를 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과실중의 하나다. 그러나 같은 수만큼 새로운 패자(敗者)가 생기는 것도 분명하다.
결승토너먼트부터는 승부를 가리기 위해 PK전이 시작된다. 공식적으로는 ‘무승부’로 기록된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선수들에게 무슨 위로가 될 것인가.
“PK전은 탄창에 탄환 1발을 넣고 전원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같다. 누군가의 순서에서 한 발이 발사되면 그것으로 모든게 끝장이다.”전 프랑스대표인 크리스티앙 가랑브는 말한다.“PK전은 축구와는 관계가 없다”는 소리도 종종 듣는다. 그러나 70년부터 룰로 채택된 이상 그것도 축구의 일부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PK전이 갖고 있는 잔혹성도, 월드컵의 매력중 하나인 것이다.
니시무라 긴야 편집위원
정리〓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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