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애인도 월드컵 볼 권리 있다

  • 입력 2002년 6월 11일 18시 20분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경기장의 휠체어 장애인석 입장권 판매를 중단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중대한 인권 침해다. 스포츠 최대의 축제인 월드컵을 직접 관람하고 그 열기에 동참할 권리는 장애인도 똑같이 갖고 있다. 10개 월드컵 경기장마다 휠체어 장애인석을 별도로 마련한 것은 바로 그 같은 이유 때문이다. 장애인이 장애인 전용석에 앉을 수 없다면 그들은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는 지난달 초 휠체어 장애인석 입장권 가운데 팔고 남은 2200여장의 판매권을 FIFA 대행사인 바이롬사로 넘겼다. 그러나 바이롬사는 지난달 중순경 갑자기 판매를 중단해 버렸다. 이 바람에 장애인들은 일반석 입장권을 구입해 관람하게 되어 비좁고 불편한 상태에서 경기를 관람해야 했다니 이것이 무슨 일인가. 월드컵이 장애인들을 이처럼 배려하지 않으면서 세계인의 축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바이롬사는 ‘안전상의 이유’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응원 열기 등으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면 휠체어 전용석에 안전요원을 충분히 배치하는 등 안전을 확보하는 일에 나서는 것이 순서다. 장애인 전용석은 비워두고 대신 일반석에 장애인을 앉게 한다면 그것처럼 위험한 일이 어디 있는가.

한국월드컵조직위의 주장대로 FIFA 입장권 판매 사이트에 장애인석 판매 항목이 처음부터 빠져 있었다면 이는 장애인에 대한 관람 자체를 봉쇄하는 중대한 문제다. 월드컵의 기본 정신은 축구를 통한 세계인의 평등과 화합에 있다. 이 정신을 앞장서서 구현해야할 FIFA가 장애인을 배려하기는커녕 차별대우로 소외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

안 그래도 관중석 공석(空席) 사태와 숙박예약 무더기 해약 등으로 대회 분위기를 흐리고 있는 바이롬사다. FIFA는 바이롬사에 장애인석 판매를 당장 재개토록 해야 한다. 장애인은 장애인석에서 월드컵 축구를 볼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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