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캐서린 존스/내가 사랑하는 두팀의…

  • 입력 2002년 6월 11일 19시 05분


재미있는 우연이지만 월드컵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렸을 때 나는 마침 그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서울에서의 흥분의 열기는 그때 워싱턴DC에서 느꼈던 것보다 적어도 100배는 더 뜨겁다. 한국 사람들은 이 위대한 행사를 축하하는 데 있어 실로 하나가 되었고 또 가장 훌륭한 모습으로 해냈다.

나는 남편의 사무실 사람들과 같이 월요일에 한-미전을 봤다. 남편의 회사에서는 방 하나에서 모든 사람들이 같이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세살 먹은 아들과 나는 남편과 4명의 미국인들, 아일랜드인 한 사람, 캐나다인 한 사람, 그리고 약 45명의 한국인들과 같이 경기를 지켜봤다. 우리는 모두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었다(이 티셔츠를 입지 않으면 사람들과 같이 경기를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을 것 같이 생각됐다).

나는 미국팀에 대한 응원을 보여주는 액세서리를 같이 했다. 같이 경기를 보던 사람들 중 일부는 붉은색 티셔츠 속에 USA 티셔츠를 입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리 아들 제임스는 아버지와 같이 연습했던 대∼한민국 응원을 선보이기도 했다. 슬프게도, 미국팀을 위한 (대∼한민국처럼 특징적인) 응원 구호는 없는 것 같았다. 미국팀이 첫번째 골을 넣었을 때 우리는 상대편에 대한 예의에서 침묵을 지켰다. 한국사람들이 이번 경기를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는지는 첫번째 골 이후의 무거운 침묵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나는 내심 월요일 경기의 결과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야 하나를 놓고 상당히 갈등하고 있었다. 나는 아주 짧은 기간에 한국과 한국인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한국의 국가대표 축구팀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은 전염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이었다. 후반전 중반이 지났을 즈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과 함께 집으로 왔다. 경기 후 교통 상황과 경기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않는 열성 팬들이 말썽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생기리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들과 함께 있는데 호기를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이태원 부근을 운전하고 지나가는 데 환호성이 들리고 사람들이 한국 국기를 흔드는 것을 보았다. 한국팀이 득점했다는 것을 알았고 솔직히 너무 기뻤다. 내 마음 속으로 내가 진짜 원했던 경기의 결과는 무승부였기 때문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물론 한국팀의 승리를 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결국 내가 이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팀 모두를 위해 응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Go USA! 이제 국가적인 자긍심이 얼마나 강력해질 수 있는지 보았기에 내가 우리나라 팀을 응원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주최국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캐서린 존스는 누구?▽

미국 루이지애나 태생이며 버지니아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렌드리스 코리아의 부사장인 남편 제임스 존스를 따라 유치원생인 아들과 함께 지난해 가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다. 현재 한국에 상주하는 주한 외국인들을 위해 카운슬링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캐서린 존스 ´렌드리스 코리아´ 제임스 존스 부사장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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