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나, 골 넣었다!

  • 입력 2002년 6월 11일 19시 05분


한국 최초의 월드컵 결승골을 성공시킨 황선홍 선수는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손을 입술에 댔다. 그리고 팔을 뻗어 허공으로 키스를 날려 보냈다. 사랑하는 가족, 첫 골을 함께 만들어낸 동료들, 한국을 막강 팀으로 조련한 감독과 코치, 경기장에서 열광적인 응원을 하는 관중, 전국에서 일시에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랐을 국민…. 키스를 바친 대상이 누구인들 어떠리. 1주일이 지났지만 48년 만에 월드컵 첫 승을 만들어낸 영웅의 모습은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한다.

▷아무리 월드컵이라지만 역시 골이 터져야 재미가 있다. 거기다 골을 넣은 선수가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각양각색의 골 세리머니까지 곁들여지면 그라운드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다. 축구선수라면 세계 최고의 축구 제전인 월드컵에서 상대팀 선수를 제치고 골을 넣는 순간 무아지경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 기쁨을 말이나 글로는 표현하기도 어렵겠지만 경기 중에는 그럴 여유도 없으니 선수들은 저마다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온몸으로 터질 듯한 환희를 표시한다. 그보다 진솔한 몸짓이 어디 있는가.

▷골을 넣은 선수가 두 팔을 치켜들거나 환호성을 지르는 정도의 소박한 월드컵 골 세리머니는 94년 미국 대회를 계기로 다양한 의식으로 변했다. 브라질의 베베토 선수는 골을 넣은 뒤 터치라인에 동료 선수들과 나란히 서서 양팔을 좌우로 흔들며 아기 어르는 시늉을 했다. 대회 기간 중 태어난 아들을 위한 베베토의 살가운 몸짓은 월드컵 최고의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99년 여자월드컵에서는 미국 선수가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뒤 상의를 벗고 나이키사의 스포츠 브래지어를 노출시켜 선정성과 함께 상업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극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해 세리머니를 준비하는 선수들도 있다. 미국과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연출한 안정환 선수도 그랬다. 경기장의 관중은 동계올림픽 때 잘못된 판정으로 금메달을 빼앗긴 국민의 응어리를 풀었다며 박수를 보냈고 멋진 세리머니였다고 평가하는 국민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미국인조차 왜 그가 그런 몸짓을 했는지를 모를 정도였으니 국제적으로 통하는 세리머니라고는 할 수 없다. 어쨌든 황선홍 유상철에 이어 안정환 선수까지 골을 넣어 국민을 열광시켰다. 이번에는 16강 진출을 확정하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골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가 나오기를 고대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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