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참았던 ‘광란의 파티’

  • 입력 2002년 6월 11일 23시 13분


전반에만 3골차로 달아난 뒤 후반 역전 위기까지 몰렸던 탓일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세네갈 선수들은 서로 포옹을 나눈 뒤 조용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춤사위로 멋진 골세리머니를 펼치곤 했던 그들답지 않았고 관중석에선 아쉬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라커룸에 들어선 순간 선수들은 ‘광란의 파티’를 연상케 할 만큼 열정적으로 자신들만의 16강 입성 파티를 즐겼다.

운동장에서 터뜨리지 못한 샴페인이 축포처럼 터졌고 흥에 겨운 춤은 박수소리를 배경 삼아 끝이 없이 이어졌다.

선수들의 환호와 춤은 인터뷰를 위해 기자들이 대기하던 믹스트존까지 이어졌다. 세네갈국기까지 들고 나온 선수가 있는가 하면 질문에 대한 답을 승리의 함성으로 대신하는 선수도 있었다.

세네갈이 16강에 진출한 것은 한마디로 기적이었다. 23명의 엔트리 중 21명이 프랑스리그에서 뛰고 있고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경기장이 1개에 불과한 것이 세네갈의 현실. 엘 하지 디우프가 “아프리카인으로서 자랑스럽고 모든 세네갈인의 승리다. 프랑스의 1회전 탈락은 놀랍지만 그게 바로 축구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 것도 당연했다.

이날 경기를 취재한 20명의 세네갈 기자들도 축하세례를 받느라 정신없었다.

2000년 10월 세네갈대표팀을 맡은 프랑스 출신의 브뤼노 메추 감독은 자신만만했다. “우리는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

수원〓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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