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국 선수들 미숙한 자기 PR

  • 입력 2002년 6월 11일 23시 13분


‘실력은 업그레이드, 자기표현은 아직.’

홈에서 열리고 있는 2002한일월드컵에서 한국선수들은 실력은 한계단 상승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자기 PR’에선 여전히 ‘동방의 수줍은 소년들’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현재 열리고 있는 월드컵에선 경기가 끝나면 각 팀 주요 선수들은 공식 인터뷰를 갖고 자기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세계 각국의 기자들은 선수에 대한 정보를 얻고 선수들은 세계 팬들에게 자기 PR를 할 수 있다.

10일 한국과 미국전이 끝난 뒤 대구월드컵경기장 인터뷰장에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붕대투혼’을 벌였던 황선홍과 ‘동점골의 스타’ 안정환 등을 기다리던 외신기자들이 이들이 단 한마디도 않고 사라지자 “우”하며 야유를 보낸 것이다. 선수들이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한 외신 기자는 “혹시 감독이나 협회가 선수들에게 기자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한 것 아니냐”라고까지 말했다.

반면 미국선수들은 자신을 부르는 모든 기자들에게 다가가 인터뷰에 응했다. 페널티킥을 막아낸 골키퍼 브래드 프리덜과 선제골을 터뜨린 클린트 매시스는 시종 여유있는 표정으로 질문에 답했다. 특히 미국축구협회 미디어담당관은 프리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프리덜을 마이크가 설치된 단상으로 옮기게 한 뒤 직접 기자들을 호명해 가며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결국 한국선수들은 잉글랜드,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등 세계 유수의 방송과 신문들이 와있는 자리로 자기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린 셈이었다. 이날 만이 아니었다. 최근 열린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평가전, 그리고 4일 폴란드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표현력이 부족해서일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출전팀은 언론담당관이 선수들에 대한 자료를 뿌리며 지나가는 선수들을 붙잡아 인터뷰를 원하는 기자들에게 데려다주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개최국 한국은 이에 관한 한 무신경인 듯하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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