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5-0으로 이긴 세계 축구 강호들이 지역예선에서 잇따라 탈락한 데 이어 월드컵 본선에서도 큰 봉변을 당하자 한국축구의 저주(?)라는 ‘괴담’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와 체코가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탈락하면서 인터넷에 나돌기 시작한 이 이야기는 11일 98프랑스월드컵 우승팀 프랑스가 덴마크에 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절정을 이루며 ‘한국축구 괴담’ ‘오대영의 저주’ 등 그럴싸한 이름까지 붙었다.
실제 기록을 살펴보면 이 괴담의 신빙성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에 치욕의 0-5 패배를 안겼던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지난해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다.
네덜란드는 98월드컵 및 유로2000에서 4강에 오를 정도로 강력한 팀. 본선에 올라왔다면 너끈히 우승후보 한 자리에 이름을 올렸겠지만 ‘오대영의 저주’ 때문인지 포르투갈 아일랜드에 밀려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8월 평가전에서 한국에 5-0으로 승리,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오대영’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을 안겨줬던 동유럽의 강호 체코도 유럽 지역예선에서 탈락했다. 체코도 당시 FIFA랭킹 10위권의 강호였으나 플레이오프에서 ‘유럽의 붉은 악마’ 벨기에에 2연패를 당한 것.
‘한국 괴담’의 완결판은 98월드컵 우승팀이자 2002월드컵 우승후보 프랑스. 지난해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에서 지단 없이도 한국의 그물을 다섯차례나 출렁이게 했던 ‘아트 사커’ 프랑스는 막상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단 한골도 뽑아내지 못하고 탈락했다.
회사원 전병희씨(31)는 “‘한국을 함부로 건드리면 후환이 있다. 앞으로 세계 축구사에 감히 한국을 5-0으로 이기려는 나라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농담을 인터넷에서 보고 동료들과 한참 웃었다”면서 “어쨌든 앞으로 한국팀이 0-5로 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