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차는 게 일인 축구에서야 발을 그렇게 푸대접할 수는 없다. 특히 ‘잘난 왼발’은 대접받아 마땅하다. 브라질의 히바우두와 호베르투 카를로스, 이탈리아의 크리스티안 비에리등은 왼발을 잘 써 세계적 스타가 된 대표적 선수들이다. 물론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언처럼 오른발을 고집한다고 스타가 못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른발을 쓰는 선수보다 왼발을 쓰는 선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유럽이나 남미축구에서 왼발의 비교우위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선수들은 대부분 오른발 왼발을 함께 쓴다고 한다. 처음 공을 찰 때부터 그렇게 배우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별나게 왼발을 잘 쓰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이을용은 왼발로 공을 예쁘게 차는 선수다. 폴란드전에서 황선홍의 첫골을 도운 것은 그의 왼발 패스였다. 미국전에서 안정환은 그의 왼발 프리킥을 머리로 받아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그런 이을용이 막상 패널티킥에는 실축했다. 그의 왼발이 미국의 골키퍼 브래드 프리덜에게 먼저 읽혀버린 탓이다. 이을용으로서는 자신의 자랑스런 왼발이 잠시 원망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이을용 선수여, 그대의 왼발을 원망하지 말라. 그대의 왼발은 한번은 실수했으나 곧이어 만회골을 만들어냈다. 경기종료 직전 결승골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국의 16강 진출을 판가름할 포르투갈전에서 그대의 왼발을 다시 보고 싶다.
전진우 논설위원young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