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일본]'월드컵 특수'에 웃고 운 일본의 두마을

  • 입력 2002년 6월 12일 18시 40분


11일 밤, 일본 시즈오카 에코파스타디움에서 독일과 카메룬의 E조 경기가 끝난 뒤 동시에 한숨을 내쉰 두 마을이 있었다. 오이타현의 나카츠에무라와 시즈오카현의 아타미.

인구 1360명의 작은 마을 나카츠에무라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이 됐다. 카메룬이 나카츠에무라를 훈련 캠프로 결정하면서 쌓은 카메룬과 나카츠에무라의 우정은 일본 전역의 화제가 됐다. 나카츠에무라 주민들은 카메룬을 맞이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그들의 언어인 프랑스어를 배우고, 카메룬 국기를 만들어 거리 곳곳에 내걸었다. 오이타에는 카메룬 도시락이 등장했다. 보너스를 요구하며 태업하느라 일본 도착이 닷새 늦어진 카메룬 대표팀을 누구보다 기다렸던 나카츠에무라 주민들은 카메룬 대표팀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 밤중에 거리에서 환호를 올렸다.

이들의 정성에 보답하듯 카메룬 팀은 훈련 캠프 이동을 미루고 나카츠에무라에서 머무는 기간을 연장했다. 대대적인 환영 파티가 열렸고, 카메룬과 나카츠에무라 주민들은 한데 어울려 춤을 췄다. 카메룬 대표팀이 고교생과 한 팀을 이룬 연습 경기도 잊지 못할 일이었다. 카메룬 선수들은 나카츠에무라의 명예 주민이 됐다.

카메룬의 경기가 있을 때면 마을 회관에 모여 함께 응원하던 나카츠에무라 주민들은 이날도 어김없이 멀리서 카메룬 편이 돼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나카츠에무라 마을 촌장은 직접 시즈오카 스타디움을 찾기도 했다. 카메룬의 예선 탈락이 확정되자 마을 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눈물을 닦았다.

나카츠에무라의 눈물이 ‘우정’에서 나온 것이었다면 아타미시의 한숨은 ‘실리’ 때문이었다. 시즈오카 스타디움이 있는 후쿠로이시는 규모가 작은 마을이어서 주변에 마땅한 숙박 시설이 없다. 인근 아타미시가 기대를 가진 것도 그 때문. 온천으로 유명한 아타미는 월드컵을 계기로 스러져가는 온천 마을의 명예를 되살리고자 파격적인 숙박 조건을 내걸었다. 1인당 1박 최소 6500엔(약 65000원)에 료칸(일본식 여관)을 내놓은 것. 평소 숙박비는 1만2000엔 정도. 절반 가격이다. 이날 1500실의 빈 방을 마련했고 아타미역에서 숙소 온천지까지 셔틀 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 1970년 이후 32년만에 심야 운행된다는 점도 희소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신칸센이 아타미역에 정차할 예정이어서 스타디움에서 아타미까지의 운송도 문제 없었다. 그런데, 신칸센이 화근이었다. 아타미에서 도쿄까지는 신칸센으로 1시간 정도 거리. 도쿄까지 가는 신칸센이라면 축구팬들이 굳이 아타미에 내려서 자고 갈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이날은 평일. 월드컵과 온천관광은 별개였다. 결국 이날 아타미 숙박업소에 예약한 투숙객은 45명에 불과했다. 시즈오카에서 열리는 다음 2경기는 모두 오후 경기여서 아타미는 더 이상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미야기〓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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