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46…42.195킬로미터 4시간54분22초(18)

  • 입력 2002년 6월 13일 22시 02분


하낫 둘 하낫 둘 이제 더 이상 아무 힘도 없다 하나 둘 하낫 둘! 내 안에는 아픔뿐 하낫 둘 하낫 둘 아픔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다리 관절에 전하면서 하나 둘 하나 둘 하낫 둘 달린다!

“유씨, 오르막 길에서는 강하네요! 하낫 둘, 하낫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낫 둘!”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한 명 두 명을 앞지르고 큐큐 파파 호루라기와 남자들의 구령 소리를 따돌리고 큐큐 파파

“열 명이나 앞질렀어요! 이제 내리막 길.”

큐큐 파파 다리 근육이 1백 킬로그램의 부하를 견디지 못하여 걸음 걸음이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큐큐 파파 아스팔트의 미세한 굴곡이 다리에 울린다 큐큐 파파 길은 평탄하지 않다 양쪽 가는 비스듬하다 큐큐 파파 한 가운데를 달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좌우 다리의 균형이 큐큐 파파 아야! 군데 군데 이음매가 있다 큐큐 파파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진다 큐큐 파파 아아! 또 이음매다 큐큐 파파 아스팔트의 이음매 따위 택시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나 그저 약간 신경이 쓰이는 정도인데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이제 페이스 메이커의 호루라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큐큐 파파 분노처럼 길만이 뻗어 있을 뿐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아주 좋아요.”

“속도 줄이지 않고 달리고는 있지만 덜 아픈 건 아니에요. 굉장히 아파요. 왼다리도 그렇고 오른 다리까지…허리도 아프고…등하고 어깨도 굳어 있고…팔도 전혀 올라가지 않아요.”

“서서 스트레칭 좀 할래요?”

“아뇨.”

“그럼 잠시 걸을까요?”

“걸어도 아파요. 걷기 시작하면 두 번 다시 뛸 수 없어요. 골까지 걸어가게 될 거예요.”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아픔은 나를 송두리째 뽑아내려 큐큐 파파 그렇게 당할 수는 없지 나는 땅을 디딘다 큐큐 파파 아픔은 나를 가라앉히려 머리를 짓누르고 큐큐 파파 가라앉고서 배길소냐고 나는 날갯짓한다 큐큐 파파 날아오를 수는 없지만 큐큐 파파 상처입은 날개를 끌고 프덕프덕프드덕 프덕프덕프드덕 프덕프덕프드덕 프덕프덕프드덕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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