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양윤정/어린이 보호장구 착용 의무화 하자

  • 입력 2002년 6월 13일 22시 37분


“바보 멍청이 같아서 하기 싫어요.”

이번에 초등학교에 들어간 큰아이가 갑자기 안하던 소리를 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기에 보호장구를 착용해 주려고 하니 한 소리였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더니 자기가 헬멧에 무릎보호대까지 하고 나가면 친구들이 놀린다는 거였다. 설마 그러겠느냐 싶어 함께 아파트 밑으로 내려가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의 유치원 때 친구들이 “너는 겁쟁이에 바보구나”라며 놀려대고 다른 아이들도 뭐라고 놀려댔다. 아이를 다시 달래고 “자동차를 타면 안전띠를 매야 하는 것처럼 인라인스케이트를 탈 때는 헬멧을 꼭 써야 하는 거야. 넘어졌을 때 다치게 되는 아이와 다치지 않는 아이 중 누가 바보인지 생각해 봐”하며 설득했다.

동네 파출소로 전화를 걸어 어린이 보호장구 착용 의무화에 대해 문의했더니 경찰은 아직 시행되는 것은 아니니 댁의 아이나 잘 해주라며 월드컵과 선거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별일로 다 사람 귀찮게 한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남편의 공부 때문에 미국에 머물 때 어린이 보호의식에 대해 느낀 것이 많았다. 속도 위반 벌금보다 어린이를 안전시트에 앉히지 않아 문 벌금이 95달러로 더 많았다. 또한 가족이 저녁에 동네를 자전거로 돌며 운동할 때도 앞에 앉힌 아기까지 조그맣고 앙증맞은 헬멧을 씌워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경찰까지 부모가 알아서 하라는 소리를 한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들 사이로 요리조리 피하며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 사이에서 아들의 헬멧이 유독 쓸쓸해 보였다.

양윤정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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