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인천시장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석권했던 민주당(옛 국민회의)은 이번 선거에서 전패를 면치 못했다. 이는 권력 비리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권력 비리를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당 총재이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탈당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한화갑(韓和甲) 대표 체제로 새 진용을 갖췄으나 권력 비리 척결에 대해서는 줄곧 미지근한 자세를 보였다. 유권자는 그런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이다.
영남권 광역단체장에서도 민주당은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당장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재신임 문제란 난제(難題)에 직면하게 됐다.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의 참패로 ‘노(盧)-한(韓) 체제’는 상당 기간 심각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진통의 결과가 어떻든 명백한 것은 민주당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권과 당권의 ‘영호남 조합’으로 지역통합을 앞세운들 권력 비리와 부패에 대한 통절(痛切)한 자기 반성과 단절 의지를 보이지 못하는 한 다수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방선거 결과가 연말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리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기초단체장의 참패에서 보이듯 민심이 현정권과 민주당에서 떠난 것만은 분명하다. 현정권과 민주당은 민심이반의 근원인 권력 비리에서 적당히 눈을 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 늦게나마 권력 비리 척결을 보다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표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절대적 요구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그 국민적 요구의 표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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