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은 사과부터 하라

  • 입력 2002년 6월 13일 23시 17분


중국 보안요원이 어제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무단 침입해 탈북자를 연행한 것은 중대한 주권모독 행위다. 또 이에 항의하는 우리 외교관과 언론사 특파원들을 무차별 구타한 것은 결코 용인될 수 없는 폭거다. 중국이 국제사회가 공인하고 있는 외교공관과 외교관 신체에 대한 불가침권을 깡그리 무시하는 국제적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중국은 이러고도 개명(開明)된 국제사회의 일원이라고 자임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중 양국은 올해로 수교한 지 10주년이 된 이른바 ‘우방(友邦)’이다. 그러나 베이징 도심에서 벌어진 중국 정부요원들의 한바탕 활극으로 드러난 중국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우리를 존중해야 할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쩌다가 우리 외교관이 술에 취한 중국 공안에게 두들겨 맞을 정도로 한심한 대우를 받게 됐는지 분노마저 느껴진다.

중국은 우선 우리 정부에 정중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 그것만이 마치 교전상대국처럼 취급당한 이웃 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휴지조각이 돼버린 국제협약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중국 측은 탈북자의 우리 공관 진입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무리수를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탈북자의 발걸음을 힘으로 막겠다는 생각이 잘못이라는 것부터 깨쳐야 한다. 지난해 6월 장길수군 등 탈북자 7명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 진입한 이후 지금까지 무려 17차례에 걸쳐 70여명의 탈북자가 자유를 찾기 위해 외국공관에 진입했다. 탈북자의 외국 공관 진입은 이미 이 시대의 추세가 된 것이다. 동독이 붕괴되기 전 동독인들의 엑소더스(대탈출)에서 드러났듯이 자유를 향한 인간의 결사적 이동을 폭력으로는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사과를 받아내고 이어 탈북자 원씨의 신병인수, 그리고 인도주의에 따른 처리까지 관철한다는 굳은 각오로 이번 사태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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