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선에 진출했던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3전전패를 했던 데 비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여기에는 고온다습한 일본의 기후도 한몫했다고 도쿄신문은 분석했다.
러시아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국민적 영웅인 된 이나모토 준이치(稻本潤一) 선수는 “유럽선수들은 더위에 익숙지 않아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빠질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일본-벨기에전에서 벨기에가 선취골을 따낸 뒤 수비위주로 전환했다가 일본에 역전당한 것도 더위 때문에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은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는 ‘능동(能動) 땀샘’의 수가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많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땀샘은 평균 230만개로 러시아의 188만개, 북유럽인의 190만개보다 20%정도가 많다.
요즘 일본의 최고기온은 섭씨 25도를 넘나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운 지역 주민이 아니더라도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더운 지역에 계속 머물면 신체의 적응력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브라질이 말레이시아에, 아일랜드가 사이판에 각각 훈련캠프를 친 것도 이 때문이다.
높은 습도도 일본편이다. 일본기상청은 11일 일본열도가 장마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13일 오후 2시 현재 도쿄(東京)의 습도가 83%가 될 정도로 장마철이 되면 습도는 급격히 높아진다.
더위에 익숙한 카메룬 선수들이 경기 후반에 힘이 빠진 것도 습기를 많이 품은 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본선수들은 유소년과 청소년대표시절부터 이런 날씨 아래 경기를 하는데 익숙해 있다.
일본은 14일 오사카(大阪)에서 튜니지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져도 1점차 이내라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이 경기 역시 정신적 안정감 외에 날씨가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프리카 북부의 지중해 연안에 있는 튀니지도 더운 나라지만 습도는 높지 않다고 한다.
J리그 가시와 레이솔의 히라이시 다카히사(平石貴久) 팀닥터는 “더위 만이라면 튀니지와 똑같은 소모전이 되겠지만 습도 요인을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오사카 기상대는 튀니지전이 열리는 14일 오후 3시반경 오사카지역의 최고기온은 28도로 예년과 비슷하겠지만 습도는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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