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아프리카 구전문학의 신섬함 '야자열매술꾼'

  • 입력 2002년 6월 14일 17시 37분


야자열매술꾼/아모스 투투올라 지음 장경렬 옮김/192쪽 6500원 열림원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요루바 종족의 구전신화와 민담을 재구성한 일종의 환상 문학 작품. 짜임새와 세련미보다는 경쾌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한 생생함이 살아있다.

‘나는 열 살짜리 어린애였을 때부터 야자열매술꾼이었으며, 내 살아 생전 야자열매술을 마시는 일 이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소이다.’

‘전문적인 야자열매술꾼’인 ‘나’를 위해 아버지는 ‘전문적인 야자열매술시중꾼’을 고용한다. 술시중꾼이 나를 위해 야자열매술을 받아주기 시작한지 15년하고도 6개월이 지난 어느날, 술시중꾼이 야자나무에 올라 술을 받다가 별안간 나무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나는 죽은 야자열매시중꾼을 찾아, ‘죽음’에게 갈 수 있는 길을 떠난다.

나이지리아 작가 아모스 투투올라가 이 작품에서 사용하는 어색하고 서툰 영어는,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영어 구사 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역자 장경렬교수는 말한다. 그러나 어색하고 서툰 그 자체가 구전 문학의 맛과 정취를 살려내고 있다는 설명.

작품의 앞부분에서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뒷부분에 다시 등장하는 등 이야기 줄거리마저도 치밀하지 한 짜임새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러한 ‘어설픔’을 넘어서는, 서양식 문학적 기교에 물들지 않은 신선함이 이 작품의 매력을 이루는 특징이기도 하다.이 책은 숨겨진 보석같은 명작을 찾는다는 ‘이삭줍기 시리즈’의 1권. 이 외에도 팔레스타인의 대표적인 작품인 가산 카나파니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구 소련 작가 보리스 필냐크의 ‘벌거벗은 해’ 등 5권이 함께 출간됐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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