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성사되지 않았고 당국간 회담은 교착상태이며 상호 약속한 많은 일들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된 데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對北) 강경정책과 지난해의 9·11테러사건 등 새로운 국제환경 탓도 있지만 남북한 모두의 책임 역시 크다고 하겠다.
우선 북한은 공동선언이 민족통일의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선언에 따라 합의한 약속을 저버리거나 소극적 태도로 나온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북한 지도부는 적극적으로 대화와 교류에 임할 때 빚어질 내부적 혼란을 고려해야 했겠지만 그런 속사정을 감안해도 그동안 처신에는 미흡함이 적지 않다.
공동선언 이후 우리 정부가 취한 정책도 비판받아야 한다. 햇볕정책의 성과에만 집착하느라 국민적 동의를 받는 데 소홀했고 결과적으로 남남갈등만 키웠다. 남북한 관계를 정권적 차원에서만 다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6·15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은 한반도문제를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다루자는 것이다. 북한은 민족문제를 해결한다는 자세로 대화에 나와야 하며, 우리 역시 정권차원의 근시안적 대북 접근태도는 버려야 한다. 한마디로 남북은 속히 대화를 재개해 비록 더디게라도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6·15공동선언의 역사적 의의를 살리는 길이다.
이규민기자 kyuml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