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48…42.195킬로미터 4시간54분22초(20)

  • 입력 2002년 6월 16일 21시 20분


미리야!

등뒤에서 누군가가 이름을 부른다 큐큐 파파 무당이 두드리는 바라 같은 목소리 큐큐 파파

내 새끼야!

이번에는 바로 옆 큐큐 파파 왼쪽 귓전에서 목소리가 들렸는데 나와 사토 코치 사이에는 아무도 없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30킬로미터 지점을 통과하면 환각과 환청에 사로잡히는 사람도 있다고 사토 코치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미리야! 내 새끼야! 할배의 목소리를 잊었나?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할배? 큐큐 파파 할배예요?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어제 약속했재? 같이 달리면서 너한테 과거를 만나게 해 주겠다고 큐큐 파파 와 우나? 뭘 씻어버리고 싶어 우나? 큐큐 파파

아파서 큐큐 파파 너무너무 아파서

울어봐야 아픔은 씻기지 않는다 큐큐 파파 죽일 수 없는 아픔은 큐큐 파파 살려두는 수밖에 없지 손바닥으로 물고기를 떠올리듯 소중하게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앞으로 10킬로미터나 남았는데 어떻게 큐큐 파파 어떻게 큐큐 파파 아야!

아픔은 너의 적이 아니다 큐큐 파파

아픔은 너와 같이 달리는 자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아픔의 끝에 너의 이름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내 이름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큐큐 파파

생애는 하나지만 이름은 끝이 없다 큐큐 파파 비둘기가 비둘기란 형태로 우렁이가 우렁이란 형태로 그 생을 끝내는 것처럼 나는 나란 형태로 생을 마감하였다 큐큐 파파 내 이름은 조용히 살며시 나를 빠져나가 큐큐 파파 달리기 시작했다 큐큐 파파 달리고 있다 큐큐 파파 달려라 길은 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다

바람! 맞바람이에요 큐큐 파파 어깨가 아파서 팔을 흔들 수 없다 큐큐 파파

어깨에서 바람을 벗어내거라 큐큐 파파

아야! 큐큐 파파 이제 안 되겠어요

할배가 노래를 불러주마 폭폭 칙칙 폭폭 칙칙 뛰이 떠난다 타관천리 안개서린 응 벌판을 정은 들고 못살바엔 아 이별이 좋다 달려라 달려 달려라 달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미리야 터널이다!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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