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인물]심우영 경희의료원 피부과 교수

  • 입력 2002년 6월 16일 21시 26분


“환자의 심정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치료’라고 생각했습니다.”

남성형 탈모 치료를 하는 한 의사가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치료하겠다며 삭발을 ‘단행’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희의료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45). 10여년 동안 탈모 환자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해온 ‘대머리 전문의’다.

심 교수가 스스로 ‘대머리’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4월 29일. 환자가 탈모 증세로 사회에서 겪는 심리적 고통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닫고 환자들을 위해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한 날이었다.

“대부분의 환자가 사람이 많은 곳은 꺼리더군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피하고요. 결국 사회에서 격리돼 속앓이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자리는 환자가 사회 생활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 혼자만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과감히 머리를 잘랐다.

한 달이 지난 현재 그의 머리카락 길이는 약 1㎝. 환자가 “많이 자라셨네요”라며 인사하면 “제것만 자라서 죄송합니다”라고 대답할 정도가 됐다.

삭발한 뒤 우여곡절도 많았다. 의료원 내부에서조차 “심 교수가 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다가 저렇게 된 것” “병원 ‘윗분’에게 불만이 있어서 시위를 하는 것” 등 온갖 해괴한 소문이 돌았다.

심 교수는 현재 대한피부과학회 내 모발연구회(www.hair4u.org)의 총무로 일하면서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상담을 해주고 있다.

“많은 사람이 치료의 정도(正道)를 걷지 않고 비과학적인 민간요법에 매달리며 시간과 돈을 쏟아붙고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치료 정도가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탈모는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는 점입니다.”

심 교수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을 찾아 꾸준히 치료받으면 모자나 가발 없이도 자신있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며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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