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황선홍(34·가시와 레이솔)이 또 다른 고공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10일 미국전에서 ‘붕대투혼’을 보여줬던 한국축구대표팀의 ‘맏형’ 황선홍이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16강전에서 반드시 이탈리아를 꺾고 팀을 8강에 진출시키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 있다.
이탈리아전은 그에게는 승리 외에도 또다른 의미가 있는 경기다. 출전하는 자체만으로 축구선수로선 최고의 명예인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기 때문이다. 미국전으로 통산 99번째 A매치(대표팀간 경기)를 치른 황선홍은 이탈리아전에 출전하게 되면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달성하게 된다. 이는 국내 선수로는 차범근-최순호-홍명보에 이어 네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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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은 미국전 때 찢어진 오른쪽 눈부위 때문에 포르투갈전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현재 부상 부위가 전혀 문제가 없고 컨디션도 좋아 이탈리아전 출전이 유력시되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초반에 기선을 잡기 위해 확실한 ‘킬러’인 황선홍을 스타팅으로 투입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황선홍에겐 이번 월드컵이 ‘태극마크’를 다는 마지막 대회. 그가 A매치 97회 출장을 기록 중이던 지난달 말 “이번 월드컵 이후 태극마크를 반납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아슬아슬하게 센추리클럽에 가입하지 못하더라도 그만두겠느냐”는 질문에 “가입을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겠다”고 초연한 태도를 보였던 그였다. 하지만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듯한 ‘투혼’을 벌이며 결국엔 대기록의 문턱에 서게 됐다.
88년 12월 아시안컵 일본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황선홍은 지난 14년간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활약해왔고, 이제는 대표생활에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순간을 맞았다.
황선홍은 국내에서 별다른 대안이 없는 독보적인 스트라이커로 활약해 오면서도 골결정력 부재라는 대표팀의 고질병 위로 쏟아지는 비난을 혼자 감당하다시피 해왔다. 1m83, 79㎏의 탄탄한 체격에 뛰어난 골감각을 바탕으로 15년 가까이 국가대표로 활약해왔고 결국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는 차범근 이후 처음으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공격수는 수비수에 비해 부상의 위험성이 많아 그 ‘수명’이 짧기 때문에 한국축구의 최전방 공격수로서 황선홍의 ‘센추리 클럽’ 가입은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황선홍은 4일 폴란드전 선제골로 A매치 50골 고지를 달성했고 90년과 94년, 98년 월드컵에 이어 월드컵 4회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우는 등 아시아 축구계에서는 독보적인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대전〓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